"자연적 자유" 강조한 공정위원장… 정책 메시지인가, 학문 과시인가

취임사, 청문회서 반복 언급된 애덤 스미스 용어 주목 길항 권력, 착취적 제도 등 진보 경제학 개념 연달아 등장 "정책 전달은 대중 친화적 언어 필요" 지적도

2025-09-22     양원모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새로 취임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연달아 생소한 경제학 개념을 꺼내 들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 위원장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와 16일 취임사에서 모두 "자연적 자유"를 언급했다. 그는 "자연적 자유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공정위의 사명"이라고 규정했다. 

자연적 자유는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법과 정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경제 주체가 직업을 선택하고 활동할 자유를 보장받는 상태를 뜻한다. 주 위원장의 발언에는 독점 억제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공정위의 역할 의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청문회 당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개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주 위원장은 '길항 권력'과 '착취적 제도' 등 제도경제학 용어도 적극적으로 소환했다.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소수의 경제적 강자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길항 권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길항 권력은 특정 세력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힘을 가리킨다.

취임 직후 첫 외부 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이어갔다. 지난 18일 중소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협상력 균형이 무너지면 강자의 착취가 만연해지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시장 시스템은 착취적 제도로 전락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정위 안팎에선 이런 발언이 주 위원장의 학자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위원장은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이번 용어 사용이 공정위원장으로서 정책 방향 제시라기보다는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따른다.

위원장 발언문을 준비하는 공정위 내부 부서의 분위기 역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 관행처럼 사자성어를 넣기보다는, 진보 경제학 개념을 발굴해 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주 위원장의 정책 철학을 가늠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 저서를 다시 읽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고위 정책 당국자가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에서는 지나치게 학문적 언어보다는 알기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 난해한 개념을 반복하는 방식은 오히려 대중과의 거리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