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한국에 너무 큰 부담”...韓·美 투자 협상 논란

2025-09-21     최얼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외직접투자 제도가 시행된 1968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가 미국에 직접 투자한 누적 금액을 2563억달러(약 358조원)로 집계했다. 역대 기업·정부·국책은행 등의 투자를 모두 합쳐도 3500억달러에는 약 1000억달러가 부족하다.

3500억달러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지난해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3~2024년 해외로부터 각각 2974억달러, 2923억달러를 유입받았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2023년에도 연평균 3334억달러 수준에 그쳤으며,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0년) 연평균 유입액은 2275억달러였다.

정부는 미국 측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며 협상에 나섰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미국에 5500억달러를 대부분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객관적 자료와 분석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일본식 투자 약정을 단기간 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원화를 대규모로 달러로 바꾸면 환율 급등 등 금융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일본은 기축통화인 엔화를 활용해 미국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미국에 원화-달러 통화 스와프를 제안했으나 미국 측은 부정적 입장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투자 규모 자체도 부담이지만 투자처와 수익 배분에 대한 불확실성도 논란거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입한 자금을 어떤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규모로, 언제 사용할지까지 결정할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타임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구에 대해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강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