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재정 핵심축' 기재부 1급 줄사표… "정책 연속성 약화" 우려
새 정부 인사 쇄신 기조, 기재부까지 확산 정책 대응 공백 장기화 우려 커져 "경제 컨트롤타워 정치권 입김 노출" 전망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기획재정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1급 고위 공무원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정책 연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급 교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지만, 예산·재정 핵심축인 기재부까지 포함된 건 드물다는 평가다.
18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차관보와 국제경제관리관, 예산실장 등 7명의 1급 간부에게 사표를 받았다. 구 부총리는 개별 면담 과정에서 새 정부의 쇄신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외에도 보건복지부, 감사원 등이 같은 절차를 밟았으며 국토교통부 등 나머지 부처 역시 일괄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간 고용노동부, 환경부처럼 정책 노선 변화가 큰 부처에선 정권 교체와 함께 1급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국무조정실도 수장이 바뀌면 1급의 사표 제출이 관례였다. 반면, 중장기 경제·재정 전략과 대외 신인도 관리까지 맡는 기재부는 업무 특성상 인적 교체가 정책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 있어 예외적 위치에 있었다.
정가에산 이번 조치 배경에 새 정부의 '기재부 힘 빼기'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실제 내년 1월 2일부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기재부 조직이 나뉜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후임 인사가 확정될 때까지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부처의 인적 공백이 길어질 경우,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함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당초 8월 말로 예상됐던 1급 인사는 대통령실의 검증 절차 지연으로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8일 예산실 국장 인사를 먼저 단행하는 등 임시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후임 실장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이례적 결정이었다.
더구나 내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외환 협상 등 긴급 현안이 이어지고 있다. 1급 공무원은 장·차관을 직접 보좌하며 부처 내 정책, 예산,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공백이 길어질 수록 조직 운영 부담도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내부에서도 인사 지연이 장·차관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그 결과 정책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