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5% 금리 잔인하다"던 서민금융 상품…3년 간 2000억 정부가 대위변제

성실상환자 '역차별' 논란에 '밑 빠진 독' 우려 금융권 "추가 출연 압박" 긴장

2025-09-18     안은혜 기자
햇살론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연 15%대 대출 금리를 두고 "너무 잔인하다"고 언급했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이 5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부실률과 재원 부담이 늘어가는데 금리를 깎자는 제안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게 금융권 입장이다. 또한 성실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불가피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권을 통해 저신용 차주에게 제공하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햇살론 15·불법사금융예방대출 등 주요 서민금융 상품의 기본 대출 금리는 연 15.9%다.

하반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16.51%)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소폭 낮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 점수 하위 10% 이하면서 연 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00만 원 이내까지 대출해 주는 정책 서민금융 상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성장률 1% 시대에 15%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이 살 수 있겠느냐"라며 "금융사가 초우량 고객에게는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데, 0.1%만이라도 부담을 더 지워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싸게 빌려줄 수 없나"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성실상환자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동훈 전 국힘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빌린 돈을 성실히 갚아 신용도를 높이면 이자를 올리고, 갚지 않아 신용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이자를 내려주는 정책은 신용사회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도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금리를 깎자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실비율이 높은 최저신용자 대출 상품은 현재도 서금원의 보증과 대위변제에 의존해 운영된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출시 후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3년 간 대위변제액은 2000억이 넘었다(7월 말 기준 2076억3000만 원). 서금원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예상 대위변제율을 53.6%로 상향 조정했다. 

빌려준 돈의 절반은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1000만원을 빌려주면 536만 원은 차주 대신 서금원이 갚는다는 뜻이다.

2023년 5월 출시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최대 대출 한도가 100만 원임에도 2년 간 연체액이 800억 원을 넘었다. 지난 7월 기준 이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35.6%이고,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5.4%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낮출 경우 자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빚 갚는 데 써야할 돈은 늘어나고, 대출 금리까지 낮추려면 예산이 더 필요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 연 15.9% 중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과 운용 경비가 포함된 금리는 조정하기 쉽지 않다. 금리를 낮추고 싶으면 서금원이 받는 보증료율을 낮추면 된다. 현재 햇살론15·최저신용자특례보증 등 주요 서민금융 상품의 금리는 절반 이상(7.9~9.9% 포인트)이 서금원의 보증료율로 이뤄져 있다.

다만, 보증료의 상당 부분도 대위변제에 쓰여 추가 재원 없이는 금리 조정이 불가하다. 금융권에선 이 대통령의 지적이 결국 추가 출연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들어 재정과 민간금융 간 출연을 안정시켜 금리 수준을 관리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 서민금융 상품 상당 수가 혈세로 메우는 적자 대출인데 밑 빠진 독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취약차주 보호가 필요하나,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해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비용 증가 뿐 아니라 시장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도덕적 해이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