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중 악재' 맞닥뜨린 車업계… 관세·보조금·공장 차질에 '주춤'
日 관세 인하로 韓 기업 역차별 심화 보조금 종료, 전기차 투자 효과 반감 조지아 공장 지연까지 겹치며 '수출 직격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국 진출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산 차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흔들린 데 이어, 전기차 보조금 제도 종료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짓던 조지아 배터리 공장마저 가동이 늦춰질 위기까지 마주한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관세 문제다. 지난 16일(현지 시각)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누리며 일본차 대비 '가성비'를 자랑했던 한국차가 이제는 오히려 불리한 위치로 밀려난 것이다.
기업들은 제 살 깎아 먹기로 버티고 있다.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면 현재 약 10% 수준인 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SK증권은 현대차·기아가 이번 관세 여파만으로도 3분기에 약 1조 7000억원의 이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름 뒤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막을 내린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해왔는데, 이 제도가 폐지되면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GM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켜온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올해 3월 미국에 약 10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정작 시장을 뒷받침하던 보조금이 사라지면 수요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단순히 혜택 축소 차원을 넘어, 캐즘에 빠진 미국 전기차 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미국 이민 당국의 대규모 체포·구금 사태 여파로 현지 공사에 투입된 전문 인력들이 줄줄이 귀국하면서 공사 일정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터리 조달이 늦어지면 전기차 생산 계획 전체가 차질을 빚게 된다. 그 비용 부담은 결국 현대차와 협력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지에서는 여전히 "미국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비자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업계는 이 같은 삼중 악재가 기업 단독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관세, 보조금, 비자 문제 모두 미국 정부와 협상 없 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