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자사주 EB 발행…주주 반발 우려해 당근책도 제시?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DB하이텍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DB하이텍은 교환사채 발행과 함께 자사주 소각 계획도 공시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이란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DB하이텍 이사회는 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DB하이텍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자사주 222만주(주식총수 대비 5%)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는 발행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 주식 또는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DB하이텍의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1256억원 상당이다. 교환 가액은 1주당 5만 6562원으로, 기준 주가에 10% 할증률을 적용한 가격이다.
교환사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NH헤지자산운용, 라이언자산운용, 에스피자산운용, 인피니티글로벌자산운용, 코어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이 인수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1256억원 중 충북 음성 상우공장의 클린룸 확장 등에 1006억원 상당을,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 투자에 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DB하이텍이 발행하는 교환사채의 표면이자율 및 만기이자율 모두 0%다 보니, 교환사채 인수자는 DB하이텍 자사주로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전되면,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닌 탓에 의결권이 부활하게 되는데, 발행 회사가 우호 세력에게 교환사채를 넘길 경우 자금 조달과 동시에 우호 주주 확보에 따른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따른 일반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
교환사채 발행에 따른 일반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 하락을 의식했는지, DB하이텍은 당근책도 함께 제시했다.
교환사채 대상인 자사주(222만주)를 제외한 148만 6000주의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및 주식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소각하기로 한 것인데, 오는 30일 89만 4000주를 우선 소각하고, 59만 2000주는 2026년 중 이사회 결의 후 소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DB하이텍은 44만 4000주의 자사주를 종업원 보상 및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에 출연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교환사채 발행으로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일반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