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당 GDP, 22년 만 대만에 역전 위기… 구조 개혁 요구 확산

대만, 반도체 중심 고성장… 올해 4만 달러 육박 전망 한국, 저성장 고착 우려 속 포퓰리즘 논란 가중 전문가들 "재정 의존 줄이고 산업 구조 혁신해야"

2025-09-16     양원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대만에 따라잡히는 것으로 예측되면서 무너진 '경제 성장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재정만 갉아먹는 포퓰리즘을 접고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7430달러로 대만 GDP(3만 8066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1인당 GDP는 지난해 명목 GDP 1조 8746억달러에 정부의 올해 경상 성장률 전망치(3.2%)를 대입해 올해 명목 GDP 전망치를 구하고, 이를 통계청 인구 추계 데이터상 올해 인구로 나누는 방식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데이터는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제시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와 대만 통계청이 지난 10일 제시한 올해 1인당 GDP 전망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 만약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2003년 1만 5211달러로 대만을 제친 뒤 22년 만에 다시 역전당하게 된다. 

양국의 1인당 GDP는 2018년 1만 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이후 급속히 격차가 줄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3만 5129달러, 대만 3만 3437달러로 격차가 700달러 이내로 붙었다. 역전 시기가 당초보다 한 해 앞당겨지면서 경제 발판 정상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의 고속 성장 배경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꼽힌다. 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1% 늘어 지난 2021년 2분기(8.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대만 통계청은 지난달 15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경제를 이끄는 가운데 반도체 부품·장비·설계 등에서 여러 혁신 기업이 쏟아지면서 대만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것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로는 0.6%로 대만과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한국은 하반기 들어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의 실질 GDP 성장률이 1.8%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마저도 대만의 전망치(2.81%)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상징적인 '1인당 GDP 4만 달러'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통계청은 내년에ㅣ 자국 1인당 GDP가 4만 1019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 4만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GDP가 올라갈 수 있지만, 건전한 성장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포퓰리즘성 복지 정책을 줄이고 국가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와 복지 포퓰리즘이 '경제 선순환'을 이룰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으로서는 재정 중독 함정에 빠진 프랑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 속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세계 3대 신용 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실데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내년 6월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부안군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별도로 '민생안정지원금'을 1인당 30만원씩 주기로 했고, 광주교육청은 내년부터 서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전체 중고교생에게 1인당 67만~97만원 수준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교부금으로 배정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교부금은 내년 71조7000억원, 2027년 77조1000억원, 2028년 81조4000억원, 2029년 85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오르게 된다.

산업 전반의 구조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건 선도 경제로의 전환에 실패하고 여전히 추격 경제의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서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술과 산업을 모방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에서 구조 조정 등 다양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꾸준히 나왔는데도 정치권에서부터 회피하면서 우리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분야별 개혁을 차례대로 이뤄내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뉴데일리>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