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 요구… 美 반응은 부정적, 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현금 조달 압박에 외환 시장 충격 우려 미국, 비기축통화국 예외 허용 시 타국 요구 확산 부담 정부 "외환시장 고려해 협상"… 전문가 "수용 가능성 낮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투자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정가에 따르면 이번 요구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의 하나다. 정부는 지난 7월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투자 펀드 상당 부분을 '보증' 형태로 구성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정부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보증이 아닌 현금으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3500억 달러는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외환 보유액 4163억 달러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가 외환 보유액 대비 41%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 부담이 훨씬 크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억~300억 달러를 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원화를 팔아 대규모 달러를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외환 시장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p 오르면 1년 누적 소비자물가는 약 0.13%p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강달러 등 대외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폭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수치다. 정부가 통화 스와프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통화 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계약이다.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한미 통화 스와프는 원화 가치 급락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현재 일본, 영국,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등 주요 6개 기축 통화국과만 상설·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며 국제 외환 시장에서 거래 비중도 낮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공급을 통제하기 어렵고, 다른 국가들도 '한국에 해줬으니 우리도 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분을 열고 협상하고 있다"며 "외환 시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 그 사항도 고려하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