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하나… '탈원전 시즌2' 우려 확산
김성환 장관·李 대통령 발언에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 증폭 11차 전기본 사실상 무력화…12차 전기본에도 변수 예상 SMR 산업 생태계·수출 전략 차질 불가피 전망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정부가 이미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탈원전 시즌2'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원전은 안전을 전제로 연장 운전하더라도 신규 건설 문제는 국민 공론을 거쳐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규 원전 계획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원전 건설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 건설에 최소 15년이 소요되는 반면, 태양광·풍력은 1~2년이면 가능하다"며 "재생 에너지만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11차 전기본은 AI 데이터 센터 확충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반영해 2038년까지 현 수준 대비 약 30% 전력 수요 증가를 예상, 원전 2기와 SMR 1기를 각각 2037∼2038년, 2035∼2036년에 도입하는 계획을 담았다. 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이후 10년 만에 마련된 신규 원전 계획으로, 원전 생태계 회복의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김 장관과 이 대통령 발언으로 11차 전기본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차 전기본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공식 논의는 올해 하반기 시작돼 내년 하반기 확정이 예상되지만, 신규 원전 축소 또는 폐기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되는 점도 원전 정책 축소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원전 연구·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은 기후에너지환부, 수출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으며 원전 관련 기능이 세 갈래로 분산돼 협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11차 전기본은 여야 합의를 거친 중요한 계획이다. 이를 다시 뒤집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장관 발언이 앞으로 원전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사업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수원은 11차 전기본 확정 직후 원전과 SMR 부지를 올해 안에 선정하고, 2025년 하반기 유치 공모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 개편으로 한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12차 전기본 확정까지 관련 절차가 보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SMR 부지 선정 지연은 'SMR 산업 생태계 구축 및 수출 동력화'라는 정부 성장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차 전기본의 SMR 건설은 단순한 전력 수급 대책이 아니라 성능을 확인하는 기술 실증 단계로, 수출 확대의 필수 전제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