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조 푸는 EU, 무기 공동구매 본격화…한국 기업 진입 장벽은

2025-09-11     홍찬영 기자
EU 무기 공동구매 대출금 정책 발표하는 집행위원들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244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에 나선다. 회원국들은 장기 저리 대출을 활용해 무기를 조달할 수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일부 비회원국에도 참여 길이 열렸다

다만 무기의 65%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실질적 수혜 여부는 유럽 현지 거점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무기 공동구매 대출제도인 ‘세이프(SAFE) 예산 1500억 유로의 회원국별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세이프는 EU가 무기를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규모 대출 프로그램이다. 회원국들은 이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 무기를 사고, 최장 45년에 걸쳐 갚을 수 있다. 10년간 상환 유예 기간도 주어져 사실상 ‘장기 저리 무기 구매’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획에 따라 폴란드는 437억 유로(약 71조원)를 배정받아 가장 많은 지원을 받게 됐다. 루마니아가 약 27조원, 프랑스와 헝가리가 각각 26조원 규모를 배정받는 등 주로 동유럽 국가들의 비중이 크다.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 안보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EU는 회원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소속 국가도 동일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한 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EU와 안보 파트너십을 맺은 국가도 조건부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제3국 기업이 혜택을 보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무기 부품의 65%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해야 하며, 현지에 공장이나 법인을 두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유럽 현지 생산 거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유럽연합의 이번 방침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현지 합작법인 설립이나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발판을 마련했지만,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컨대 한화 계열은 폴란드 파트너사와 손잡고 탄약 생산을 준비 중이고,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현지형 모델을 폴란드 국영기업과 함께 조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일정 부분 유럽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한 사례도 있으나, 협력망 부족과 숙련 인력 확보 난관이 걸림돌로 꼽힌다.

반면 유럽 내 거점을 마련하지 못한 업체들은 사실상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다. EU가 자금 지원 조건으로 ‘유럽 내 생산 비중’을 강하게 명시하고 있어, 단순 수출 방식만으로는 공동구매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