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인천공항 불법점거했는데...여당·국토부, 공사에 ‘고소 취하’ 압박 논란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를 불법 점거한 노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가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이 불법 시위에 면죄부를 줄 경우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4일 한국노총 산하 한마음인천공항노조는 인천공항 청사 로비를 불법 점거한 채 11일간 시위를 이어갔다. 공항공사가 방역업체 세스코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용역사 근로자 2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100% 고용승계를 요구했고, 공사의 중재 끝에 80% 재고용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청사 점거 행위를 주도한 노조 위원장을 업무방해·주거침입·퇴거불응 혐의로 고소했다.
공사 관계자는 “고용 문제와는 별개로 불법 점거는 최초 사례라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필요했다”며 “적법 대응 없이는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을 상대로 “취하할 생각 없느냐”고 몰아붙였고,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은 국토부에 “공항공사를 설득해 다음 회의 때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국토부 역시 공사 측에 고소 취하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재 사장은 “불법 점거해도 합의만 하면 없던 일이 된다는 나쁜 선례가 남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고소 취하 강요는 국회의원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인천공항은 과거에도 유사한 불법 점거에 고소로 대응해왔다. 지난해 자회사 노조원 200여 명이 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집회를 벌였을 때도 운영 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란봉투법 통과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될 전망 속에 정치권이 기업을 상대로 과거 제기한 손배 소송 취하까지 요구하면서 “친노동 일변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현대제철은 민주당 요구에 각각 수억원대 소송을 취하했고, 한화오션에도 470억원 규모 손배소 취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