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주채권단 ‘산업은행’, 3000억원 규모 ‘대여금’ 출자전환 요구…“대주주가 책임 이행하라”
채권단, “지난 십수년간 각 기업들이 13조원 배당…7조원이 ‘대주주’ 몫으로”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 8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DL이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채무불이행(Default·디폴트) 위기는 모면했지만 산업은행이 이들 대주주에게 3000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필요 시 출자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여천NCC의 부채비율이 지금보다 나빠지면 회사채 조기 상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사전에 대주주의 책임 이행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여천NCC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지난달 DL과 한화 측에 “여천NCC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필요에 따라 대주주가 대여금을 출자 전환해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DL과 한화는 여천NCC의 운영자금 결제를 위해 각각 15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대여하면서 당장의 디폴트 위기는 모면한 상태다. 당시 DL그룹은 지원을 완전히 결정한 단계는 아니며, 추후 여천NCC의 자구책 마련 등과 관련해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 측과 협의를 거쳐 지원 여부와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지원액은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지원하기로 한 것과 같은 규모다.
여천NCC는 연말까지 3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DL과 한화의 지원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향후 경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를 두고 채권단에서는 증자가 아닌 대출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의 대여금 지원에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6월 말 현재 338.04%에서 최근 380%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로 전해진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때문에 산은은 여천NCC 회사채의 조기 상환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여천NCC의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 계약 조항에 부채비율을 4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사채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전해지는데, 여천NCC가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회사채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지난달 여천NCC 공동 주주인 DL그룹 측에 “자금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무역금융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가 운영자금 결제를 감당하지 못해 대주주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논의가 난항을 이어오자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그동안 산은에서 약 1000억 원 규모의 크레디트 라인(여신 제공 한도)을 열고 무역금융을 이용해왔다.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매번 신규 계약을 체결해왔는데 이것이 갑자기 끊기면 여천NCC의 자금난이 커질 수 있다. 산은의 고강도 압박에 DL 측은 결국 15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대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채권단 사이에서는 석유화학 호황기에 대주주가 그동안 배당으로 받아간 금액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역시 대주주가 받아간 배당 금액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석유화학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에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지난 십수 년간 각 기업들이 13조 원을 배당으로 챙겨갔고 이 중 대주주 몫이 7조 원가량 된다”며 “금융권에서 일부 업체에 굉장히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는 망하는 길로 가는 신호”라며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