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초급 간부 3명 사망… 국방 장관 지시 뒤에도 또 죽었다
안규백 장관 사고 예방 지시 사흘 만에 중사 극단적 선택 군 정신건강 진료 30% 급증… "구호만으론 한계" 지적 유용원 "초급간부 긴급 간담회·사고 예방 TF 구성해야"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도 2주 남짓한 기간 육군 초급 간부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육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한 통신부대 소속 중사가 독신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군과 민간 수사 기관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육군 2군단 예하 15사단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근무하던 하사가 총상을 입은 채 발견돼 군 헬기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지난 2일에는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 훈련 장교가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K2 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장교는 수십 ㎞ 떨어진 3사관학교에서 수성못까지 소총, 실탄을 소지한 채 이동해 총기 관리 문제까지 불거졌다.
연이은 사망 사고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로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고 장병들의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 시행을 지시했다.
안 장관은 "사람이 길을 가다 넘어지는 것은 큰 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라며 "지휘관들은 작은 일들을 소홀히 여기지 말고 계획-실행-확인-점검의 시스템을 잘 작동시켜 매너리즘과 군 기강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관 지시가 무색하게도 3일 만에 또다시 초급 간부가 목숨을 끊으면서 군의 자살 예방 대책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관 10년 차 미만의 초급간부들이 2주 사이에 3명이나 연이어 사망한 것은 단순 사고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과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초급 간부 3명이 연이어 사망한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구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초급 간부 대상 축선별 긴급 간담회, 사고 예방 TF 구성 등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진단하고 고쳐내는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군 간부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부사관과 위관장교는 2021년 상반기 4985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6497명으로 30% 이상 급증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간부들의 희망 전역과 휴직도 각각 2.1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