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장사 차단’ 내건 정부, LH 직접 시행 확대…건설업계 “수익 악화 불가피” 우려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놨다. 공공이 직접 공급을 주도하는 구조를 통해 시장 안정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매년 약 27만호,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한 신규 착공 물량 확대,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유휴부지 활용,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려고 했다.
특히 공공택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을 도입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부는 그동안 LH가 땅을 민간 건설사에 비싸게 팔아넘기고, 건설사들이 그 땅으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가를 높이는 구조가 ‘땅장사’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또한 경기 침체기에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늦추거나 중단하면서, 집 공급이 끊기는 문제가 반복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가 땅을 팔지 않고 직접 사업을 시행해 공공주도의 공급 체계를 강화키로 한 것이다. 민간 건설사는 설계·시공만 맡는 ‘도급형’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건설업계의 반발이다. 공공택지는 분양사업을 통해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 온 대표적인 수익원이었다.
실제 공정래위원회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경우 2013~2015년 공공택지 23곳을 통해 분양 매출 5조8000억 원, 수익 1조3000억 원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사비만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설업계는 공공이 발주하는 사업의 공사비가 통상 민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현 구조에서는 대형사가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참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공사비 책정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품질 저하도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낮게 책정될 경우 자재나 공법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LH가 추진했던 성남 수진1구역·신흥1구역 공공참여형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수익 보장 문제로 시공사 참여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즉 정부는 LH 직접 시행을 통해 집값 안정과 공급 가속화를 노리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현실적 공사비 보장 없이는 참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력 수익원이 사라진 중견사들에게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은 대형사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 중견사들은 택지지구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며 “공급 구조 전환에 따른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