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에도 서학개미 '사자' 행렬…미국 주식 두달 간 2.5조 순매수

美 고용 지표에 촉각 10대 증권사 해외주식 수수료 60%↑

2025-09-05     안은혜 기자
미국 달러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는 중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국장 대신 미국 증시를 택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7월1일∼9월3일 미국 주식을 17억8000만 달러(약 2조4641억 원) 순매수 결제했다. 

7월에는 6억8000만 달러(약 9532억 원)를, 8월에는 6억4000만 달러(약 8934억 원) 각각 순매수 결제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까지 4억4000만 달러(약 6179억 원) 순매수 결제했다.

5월 13억1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 6월 2억3000만 달러(약 3226억 원) 순매도 결제했던 것과 대비된다. 원/달러 환율이 7월부터 올랐음에도 '서학개미'의 '사자' 흐름은 7월 들어 강화된 셈이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기준으로 6월 1350.0원까지 내렸던 환율은 이달 4일 1392.5원까지 3.15% 상승했다.

환율이 오른 상태에서 미국 주식을 사면 추후 환율이 내리면 환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달러가 고공행진 하는 시기에는 미국 주식 매수세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환율 부담도 불사한 '사자'흐름이었다.

이는 박스권에 갖힌 코스피와 달리 뉴욕 증시가 S&P500 등 주요 주가지수가 지속해 오르자 달러 자산에 대한 기대감에 고환율 부담에도 미국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시장과 투자자들은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8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 보고서에서 노동 시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한다. 반대로 고용 둔화가 포착되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돼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고용 둔화 정도가 예상을 크게 웃돈다면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해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달러 가치가 상승해 환율이 오를 수도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가운데 미 시중 금리 하향 안정화에 달러 가치도 연동될 전망"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유동성 추가 확대에 고금리 불안감이 해소될 경우 달러 가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유입되거나, 글로벌 재정 부담이 상당한 환경에서 관련 리스크가 위험 선호를 제한하며 달러 수요를 뒷받침할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학개미 투자 열풍 속에 지난 2분기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들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가 6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기준 상위 10개 대형 증권사의 지난 2분기(4∼6월)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합산 수익은 47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2분기(2953억 원) 대비 약 60%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합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총 8543억 원으로, 이같은 증가세라면 연간 수익이 2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