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함의’, “美 패권 종식 시사”… 트럼프發 관세정책이 반(反)서방 ‘연대’ 이끌어

긁힌 트럼프, “美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를” 트럼프, 中 ‘견제’ 다시 시작하나

2025-09-05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맞서려는 반(反)서방 연대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이 개최되면서 북중러가 한 자리에 모였다. 또 다음 날인 4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들과 연이어 양자 회담을 가졌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라오스·베트남·쿠바·짐바브웨·콩고공화국·슬로바키아·세르비아 등의 정상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라오스와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국제·지역적 형세에 복잡하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 및 중대 관심사인 문제에 대해 굳게 지지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반서방연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미국의 독보적인 패권 시대가 종식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이 호화로운 군사 퍼레이드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 첨단 무기, 동맹, 야망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같이 짚었다.

당장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자국 군사력과 외교력을 과시함으로써, 외부적으로는 미국에 버금가는 G2(주요 2개국)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을뿐더러 내부적으로는 애국주의를 더 다졌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중국 절대 지도자로 통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관하고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사회를 본 가운데 전날 베이징 심장부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말 그대로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해준 자리였다는 것이다.

열병식은 1만2천여명이 동원돼 수중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레이저 무기 등과 함께 100여대의 항공기와 수백 대의 지상 장비가 투입되는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큰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였다.

특히 미국 타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61은 물론 육·해·공 모두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의 군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반미의 축’이 결집한 톈안먼 성루의 ‘그림’도 미국 등 서방에 긴장감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3년 반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적국'이 된 지 오래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반미의 상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과 함께 나란히 앉은 '북·중·러 연대' 과시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충격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그 자리에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가세함으로써 ‘반(反)서방’ 메시지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톈안먼 성루의 ‘그림’에는 중국 중심의 연대 세력이 서방 주도의 세계 질서가 아닌 다른 질서를 만들겠다는 블록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승절 열병식 직전에 열렸던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해 공식 선언문에 서명한 것도 ‘반(反)미·비(非)미 텐트’가 확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디 총리가 자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0% 상호관세 폭탄’에 맞설 의도로 SCO 톈진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최근 미국의 패권이 힘을 잃는 가운데 미국 이외에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다극 체제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