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공격 위해 ‘고려아연-액트’ 공조 논란…배임·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
- ‘적대적 M&A 피해자’라더니, 무색해진 최윤범 회장 측 - 고려아연 “액트와 맺은 주주총회 자문 계약을 영풍 측이 일방적으로 왜곡”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영풍은 3일 최윤범 회장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운영사 컨두잇)가 공조해 영풍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영풍에 따르면, 2024년 9월 액트가 작성한 ‘고려아연-액트 프로젝트 경과보고서’에 ‘Y사(영풍) 공격’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특히 해당 보고서에는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 임시 주주 대표 선임 등 영풍을 압박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인 지난해 9월은 영풍 및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전으로, 최윤범 회장 측이 선제적으로 영풍에 대한 공세를 준비한 정황이라는 게 영풍의 설명이다.
영풍은 “그간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해 온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피해자’ 프레임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액트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고려아연과의 계약 체결 관련 내용이 담겼는데, 액트는 고려아연과 체결한 계약 일부를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사인 영풍정밀(현 KZ정밀)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후 액트와 고려아연은 영풍정밀 측 인사를 내세워 영풍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올해 2월 작성된 액트의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영풍정밀 측 후보의 이사회 진입이 최우선 목표”라며, 머스트자산운용 측 후보와의 경쟁 구도에 대비한 고려아연-액트 간 긴밀한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만, 영풍정밀은 올해 영풍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를 내세웠으나 표 대결에서 패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액트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소액주주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앞세워 한쪽 편에 서서 적극 개입한 점은 부도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액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최대주주인 영풍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해 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배임 및 선관주의 의무(회사 이익을 위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액트와의 계약 및 자문료 지급은 고려아연 본연의 업무와 무관할 뿐 아니라, 회사 이익보다 특정인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2월 작성된 액트 내부 문건에 따르면, 영풍정밀은 집중투표제 도입 및 주식 현물배당 등 주주총회 안건 관련, 액트에 여러 주주들과 접촉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152조에서 규정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행위로 해석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풍정밀과 액트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를 교부하지 않은 채 활동을 전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의 법적 요건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풍정밀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 액트를 특별관계자로 기재해야 했음에도 이를 누락 했으며, 이는 참고서류 부실기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풍은 “최근 판례에서도 소액주주연대를 통해 단계별 행동 계획을 공유하고 주주권 행사를 포괄 위임 받은 경우 공동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다”며 “(액트를 특별관계자로 기재해야 하는 등의)이러한 정보는 ‘의결권 위임과 관련된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정 명령이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정지 및 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정 세력이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는 주주와 임직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액트와 맺은 주주총회 자문 계약을 영풍 측이 일방적으로 왜곡”
고려아연은 액트와 맺은 주주총회 자문 계약을 영풍 측이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해당 주주행동 플랫폼(액트)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인 주주총회 관련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시장과 주주의 관심이 매우 커진 고려아연 주총의 성공적인 운영과 소액주주 등을 위한 주주 친화적인 주총 안건 개발을 위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지난 주총에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주주 친화적인 안건으로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며 “정상적인 계약 사항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일방적 주장을 내놓고 있는 영풍 측에 강력한 유감의 입장을 전하며, 이는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또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준비를 지난해 초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제 지난해 3월 주총에서도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 안건 등을 반대하며 표 대결을 하는가 하면, 고려아연의 전략적 사업제휴마저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려아연에 대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숨긴 채, 또한 동업자를 상대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를 감행하고도 일방적이고 황당한 주장을 반복하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영풍 측에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