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직전 ‘화성-20형’ 공개…다탄두 ICBM 개발 시사

北, 대출력 고체엔진 시험 완료...탄소섬유 엔진 기술 확보 과시

2025-09-02     오두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 제작 및 지상분출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계열생산토대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북한이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다탄두 ICBM 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 미사일 총국 산하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고체 엔진 생산 상황을 점검하며 “우리 전략미사일 무력의 강화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성과”라고 치하했다.

북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형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턴)으로, 기존 화성-18형과 화성-19형에 쓰인 140톤포스(tf)급 엔진보다 40% 이상 강력하다. 이 추력으로는 사거리 연장은 물론 다탄두 탑재가 가능해져 요격 회피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추력이 늘면 다탄두 능력을 확보할 수 있고, 3단 추진체 구조를 2단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 직전에 ICBM 현장을 찾은 것도 의도가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한 뒤 공개 활동을 자제했지만, 이번에 신형 ‘화성-20형’ 개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중·러 정상 간 연대 강화를 앞두고 미국에 대한 압박용 무력 과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북한은 지난해 평양 무기 전시회에서 화성-19형 탄두 모형으로 단탄두와 다탄두 두 가지 구조를 공개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다탄두 ICBM, 즉 각개 목표 설정이 가능한 MIRV(다탄두 재돌입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특히 탄소섬유 노즐 제작 기술은 러시아가 직접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새로 개발 중인 화성-20형은 기존 ICBM보다 파괴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를 1만5천㎞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탄두 중량을 늘리거나, 여러 개 탄두를 장착해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연구소 방문 직후 과학자들에게 국가표창을 지시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전략무력 강화의 지름길을 열었다”는 표현을 써, 향후 ICBM 개발을 국가 차원의 최우선 과업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ICBM 개발이 단순한 기술 축적 단계를 넘어 실전 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 특히 다탄두 ICBM 확보 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