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재계 "투자 위축 우려", 노동계 "새로운 출발"

경영계 "사용자 범위·쟁의 대상 모호…산업 현장 혼란 불가피" 노동계 "20년 투쟁 결실… 비정규직 권리 확대 투쟁 본격화" 대기업·中企·외국계 기업까지 "국내 경쟁력 약화" 목소리

2025-08-25     양원모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연 수도권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산업계와 노동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경영 부담과 혼란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권리 확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기업 경영과 산업 경쟁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이들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체들은 "사용자가 누구인지, 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며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개정된 제2조는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로 확장했다. 이에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를 직접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조선업처럼 수백~수천개 협력사가 얽힌 산업에선 사실상 원청의 교섭 의무가 무한정 확대돼 경영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비슷한 갈등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회사와 갈등을 겪던 중, 국회 기자 회견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접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도 임금 체불 문제와 관련해 원청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노동쟁의 대상을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까지 확대했다. 구조조정, 인수·합병(M&A), 해외 공장 건설 같은 사안도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 대신 해외 이전을 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계 불안은 더 크다.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 A사 노조는 임금 인상을 이유로 원청에 납품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A사 대표는 대출을 받아 임금을 인상했다. 업계에선 "노란봉투법 시행 후 이런 상황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 시각도 다르지 않다.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대표는 고용노동부와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 일각에선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20년 투쟁의 결실, 노조법 개정 통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숭고한 희생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라며 "이번 개정은 완전하지 않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곧바로 '진짜 사장 교섭 쟁취 투쟁 본부'를 가동하고, 2026년을 '비정규직·특수고용 권리 쟁취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재계를 향해 "교섭과 책임을 회피하면 전 조직적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노조법 개정 외에도 공무원·교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재벌·수출 중심 경제 구조 개혁 등을 국정 과제로 요구한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노동계가 정부에 더 다양한 요구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