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기선, 게이츠와 연쇄 회동… “CSR·SMR·백신 협력”

2025-08-22     오두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 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배웅하고 있다. [삼성전자]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방한해 한국 재계 총수들과 잇달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사회공헌 협력 방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과 백신 협력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각각 논의했다. 단순한 친교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대형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게이츠 이사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게이츠재단이 저개발국가 위생 개선을 위해 시작한 ‘RT(Reinvent the Toilet·재발명 화장실) 프로젝트’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삼성은 3년간 연구개발 끝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이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메일·전화·화상회의를 통해 게이츠와 직접 의견을 주고받았다.

2022년 방한한 게이츠와의 회동에서 그는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최태원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게이츠와 만찬 회동을 갖고, SK가 2대 주주로 참여 중인 테라파워의 SMR 상용화 협력과 백신 분야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이에 게이츠는 “차세대 SMR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와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SK와 테라파워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연쇄 회동을 이어갔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도 만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 빌게이츠 만난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게이츠와 만나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정 부회장은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의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사 협력이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미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기자재 공급 협약을 맺었으며, 조선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용융염 원자로 추진 선박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게이츠의 이번 방한은 한국 재계와의 협력을 통해 CSR·에너지·백신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은 사회공헌, SK는 차세대 에너지와 바이오, HD현대는 원전 공급망 확장이라는 각기 다른 의제를 들고 나왔지만 공통점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신시장 개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