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산재와의 전쟁' 일주일 만에… 선로 점검 중 열차에 치어 2명 사망
경북 청도 경부선서 근로자 7명 무궁화호에 치여… 5명 중경상 곡선 구간 시야 차단·경보 무용지물… "2019년 밀양역 사고 판박이"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일주일 만에 철도 현장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진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을 뒤쪽에서 치었다. 이 사고로 민간 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코레일 직원 1명을 포함해 4명이 중상, 업체 직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공기업 관련 근로자 사망 사고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선로 비탈면 구조물 피해 점검을 위해 도보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10시 45분쯤 남성현역 역장의 승인을 받고 출입문을 통해 선로 쪽으로 들어갔다. 코레일 안전 지침 등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작업 시 선로 옆 자갈이 깔린 노반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 CCTV에는 이들이 노반이 아닌 선로 옆 자갈길을 일렬로 걷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사립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 교수는 "근로자들이 노반으로 이동하는 게 불편해 선로에 바짝 붙어 이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게 맞다면 전형적 인재"라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안전 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지점은 점검 현장을 300여m 앞둔 곡선 구간이었다. 비탈면이 좁아지고 나무가 우거져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인근 남성현역장은 열차 운행을 중단시키지 않은 채 위험지역 2m 밖에서 이뤄지는 상례 작업을 승인했다. 당시 작업자 중에는 열차감시원도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상 곡선 구간 등에서는 열차 감시원을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열차 접근 경보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소지했고, 앱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보 앱은 통상 열차가 1~2㎞ 거리에 접근했을 때 울린다. 하지만 작업자들은 곡선 구간에서 시야가 가려진 탓에 뒤늦게 열차를 확인하고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열차는 소음이 적은 전기 열차였다. 코레일 측은 "경보음이 울렸는데 작업자들이 못 들은 건지, 아예 안 울린 건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9년 10월 22일 경남 밀양역 인근에서 작업자 3명이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진 사고와 이번 사고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작업자들도 소음 때문에 열차 접근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2019년 밀양역 사고 이후에도 위험 지역을 벗어난 선로변 작업은 열차 차단 없이 진행됐고 결국 작업자의 죽음을 불러왔다"며 "코레일은 사고마다 땜질식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반복적인 산업 재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언급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반복적인 산업 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입찰 자격 영구 박탈·금융 제재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철도를 해외로 수출하는 나라에서 이런 후진국형 철도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심히 유감"이라며 "국가철도 안전관리체계를 전 분야에서 쇄신하고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사망자는 155명이며, 이 가운데 코레일 소속은 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