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품’ 월가의 ‘경고’ 틀렸나…“이제는 AI가 소프트웨어 집어 삼키는 시대”
[더퍼블릭=김미희 기자]2022년 11월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었지만, 월가를 중심으로 AI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실적발표 즈음 AI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월가의 경고는 결국 모두 ‘우려’인 셈이 됐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거대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에 560조원의 자금을 퍼붓고 있다.
이 신문은 주요 기술기업들이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의 지출을 더 늘리면서 AI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올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플랫폼 등 4개 사가 자본 지출로 거의 4천억달러(약 560조원)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유럽연합(EU)이 국방비로 쓴 것보다 더 많은데, 대부분 AI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빅테크들의 지출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자될 비용을 2조9천억달러(약 4천60조원)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GDP)이 0.5% 상승할 것으로 계산했다.
투자로 회사 이익이 크게 늘면서 빅테크들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쓰고 있다. MS와 메타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튿날인 이날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MS의 시총은 장중 4조달러를 넘겼고, 메타 시총은 2조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다만, AI에서 뒤쳐진 기업들은 생존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얼마 전까지 시총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애플은 AI 투자가 부진하면서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라는 월가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들 기업의 직원 중 일부는 벌써 패자로 분류되고 있다. 해고 통계 추적사이트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이들 기업에서 거의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중엔 AI로 대체되며 해고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도 있다.
1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 또한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 ‘달리’ 같은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독점적이던 포토샵의 기존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수정하려면 전문적인 편집 기술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에 간단한 프롬프팅만으로도 이미지 편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라는 자체 AI 도구를 출시했지만 이미 훨씬 저렴하거나 무료인 AI 이미지 툴이 많이 출시되어 있어 시장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개발자이자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고 했는데, 이제는 “AI가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키는(AI is eating software)” 세상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