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대주주 3000억 수혈로 ‘디폴트’ 피했지만...석화 구조 재편 시급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긴급 자금 지원을 통해 당장의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실적 악화와 산업 불황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그늘은 여전해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사업 재편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으로부터 각각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을 대여받기로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차입금 상환 압박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뤄진 긴급 수혈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여천NCC는 유가 변동성과 글로벌 수요 둔화 여파로 1500억 원대 적자가 누적됐다.
특히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가격이 급락한 데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단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금융권 일각에선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공동 태스크포스(TFT)를 꾸려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DL케미칼은 “경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며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한화솔루션 또한 “여천NCC가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으로 단기적 위기는 피했지만, 여천NCC의 경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저부가 기초유분 중심 사업 구조로는 글로벌 공급과잉 국면을 이겨내기 어렵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석유화학업계 위기를 주목하고 있다. 전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관이 모여 석유화학 산업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달 안에 사업 재편 지원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담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여천NCC 사례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건네고 있다. 실제로 여수·울산 등 국내 주요 석화 단지에선 가동률이 하락하고 적자가 누적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수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이 겹치면서 대기업 계열사조차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정유·자동차·건설 등 전방 산업의 수요 회복이 더딘 점도 석화업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자금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 스페셜티·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