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석유화학업계…정부, 세제·금융 지원으로 ‘구조조정 드라이브’

2025-08-18     홍찬영 기자
여천NCC 공장 전경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글로벌 경쟁 과잉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 속 경영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교통정리에 나선다. 자발적 사업 재편 유도하고 금융, 세제 혜택 등의 내용이 담긴 지원책을 이날 내 발표하기로 했다.

1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후속 대책을 발표한다.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 및 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연기됐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관련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은 기업의 자발적 설비 조정과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사업 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 결단을 내릴 경우, 정부가 제도적 지원으로 재편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과 생산량 조절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 생산 설비 가동 규모를 업계 논의와 함께 조정, 경쟁력 유지를 꾀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앞서 구조조정 방향으로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운영 효율화 ▲신사업 M&A 등을 검토해온 바 있다.

이에 이번 지원책에는 합작법인 설립이나 신사업 M&A 추진 시 기업결합심사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공정위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 재편 과정의 정보 교환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사업 재편과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은 석유화학업계가 장기적인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은 국내 제조업 전체 수출에서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반 산업이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중동의 공격적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해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에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한 여천NCC가 적자가 쌓이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흔들렸고, 이로 인해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다. 결국 추가 출자와 유상증자라는 ‘응급처치’로 연명하는 모습이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여천NCC 사태를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닌 업계 전반 위기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4대 석유화학사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 합계는 476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0억 원)보다 7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적자 늪에 빠진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구조조정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과 함께 세제 혜택·금융 지원 등 실질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번 정부 대책에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모든 부처가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기업·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