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민심 역행한 ‘李대통령 광복절 특사’...심상치 않은 지지율 ‘급락’

李대통령, 조국·정경심·윤미향·최강욱 등 광복절 특별사면 결정 국힘, 조국‧윤미향 사면 반발..국민임명식에도 보이콧 . 개혁신당 "윤미향 사면, 어린이날 조두순 사면이랑 뭐가 달라" 일침 박근혜·이명박·김옥숙·이순자, 李대통령 국민임명식 '불참결정' 대통령실 "문제없다...李대통령의 국민통합 의지 반영된 사면" 李대통령 지지율 연일 급락... 리얼미터 6.8%p↓‧천지일보 9.1%p↓‧KSOI4.1%p↓ 정세균 전 총리 "국민은 당원만 있는거 아냐...당원만 보고 정치해서는 안돼" '일침'

2025-08-15     최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형 생활을 해온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이재명 정부의 첫 특별사면으로 여권 출신 잡범인사들이 풀려나는 것과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형기의 절반도 살지 않은 입시비리범 조 전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 전 의원을 광복절에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권으로 석방 시키는 것이 적절하냐는 취지의 비판이다.

(왼쪽부터) 이번 사면대상에 오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 전 의원, 최강욱 전 의원 

지난 11일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조국 전 대표를 포함한 83만 6687명에 대해 15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명단에는 조 전 대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도 포함됐다.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계 인사들도 대거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입시 비리‧횡령범‧특혜 채용 등 정치사범이 아닌, 여권 잡범들의 사면 대상에 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 전 대표는 작년 12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 전 교수는 아들의 입시 관련 서류를 위조하고 이를 고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최강욱 전 의원은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윤미향 전 의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본인들의 죄를 인정한 바 없다. 이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법과 정의를 부정한 대통령 사면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급기야 8·15 광복절에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식 취임 기념행사인 ‘국민 임명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심지어 윤미향 전 의원 사면과 관련해 “어린이날에 조두순을 사면하자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비판한다. 윤 전 의원 사면이 광복절에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이재명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이 결정되자,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11일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사면”이라고 지적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도 ‘이재명 대통령은 비리‧부패 정치인 사면으로 사면권을 남용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보수 성향의 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 대통령이 국민의 우려를 뭉개고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긴급 기자회견에서 천하람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정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이번 광복절 국민 임명식에 불참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맡았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불참 사실을 통보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건강상 이유로 국민 임명식 참석가 어렵다는 의중을 대통령실에 밝혔다. 이외에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이순자 여사 역시 국민임명식 불참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광복절 특사에 대통령의 측근이 없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치인 혹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면,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에서 간혹 물의를 빚었을 땐 측근에 대한 사면일 때인데 이번 사면에서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이들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원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사면”이라며, 이번 사면이 오히려 국민통합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15일 예정된 국민임명식 등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실의 입장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11일 발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여론조사에선 직전 조사보다 6.8%p 하락한 56.5%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13일 발표된 <천지일보> 여론조사에서도 9.1%p하락한 5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날 발표된 <KSOI> 여론조사에서도 4.1%p 하락한 5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주에만 4.1%p~9.1%p의 지지율 하락을 겪은 것이다.

연령‧계층‧지역별 지지율 변동의 세부사항을 여론조사 별로 살펴보자. <KSOI>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에서 무려 9.8%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60.4% 지지율), <천지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무려 22%p 하락한 38%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주 후반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특별사면 논란이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제공: 코리아정보리서치)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소식에 여권에서도 광복절 특사의 역풍(逆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 전 대표 사면의 경우 민주당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각 될 수 있는데다, 중도층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도 동시에 맞닥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정치적 부활은 여권 내 계파구도를 다시 구축할 수도 있으며, 여권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을 견제할 수도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는 집권 여당에게 상당한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여권 원로인 정세균 전 총리는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당원 아닌 국민 여러분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 하는 노력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당원이 아닌 국민들로부터도 존중 받고 함께 하는 그런 정당으로 발전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이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기준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비춰진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청래 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