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전’서도 모욕하는 트럼프…‘상대국 정상’도 ‘희생’ 시키는 ‘외교참사’ 대응해야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미국을 상대하는 각국 정상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임기 중 외교 일정 가운데 손꼽힐 만큼 중요한 일정이기에, 밀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길 희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국과의 정상회담은 외교 협의의 무대인 동시에 상대국과의 관계에서 얻어냈거나 얻어낼 성과를 지지자들에게 자랑하는 국정홍보의 장이기도 하다.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언론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개최되는 정상회담은 사실상 양 정상 공동 기자회견이나 다름없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회담의 경우 양 정상의 인사와 회담에 대한 기대를 담은 모두 발언만 언론에 공개한 뒤 곧바로 취재진을 퇴장시키고 내밀한 논의로 들어가지만 ‘트럼프 정상회담’은 언론에 길게는 1시간가량 공개된다.
이 공개되는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데, 질문과 답변의 상당 부분은 양국 관계와 무관한 국내 정치 또는 제3국과의 외교에 대한 것들로 알려졌다.
특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실상 쫓아내다시피 한 사례가 있어 최악의 외교참사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 때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한 이견을 보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무례하다”, “고마워할 줄 모른다”는 등 비난을 고성으로 쏟아내며 몰아세웠고, 예정했던 오찬을 취소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쫓아내다시피 했다.
또 지난 5월 21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실체 유무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 남아공 내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거론하면서 관련 동영상을 긴 시간 상영하고, 관련 기사를 프린트한 것을 전달했다.
두 사례 모두 보통의 정상회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전 세계에 중계됐다. 두 정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드러난 일이었던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상대국 정상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외국 정상들을 딜레마에 빠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의 면박에 강하게 응수할 수도 없고, 자국 유권자들을 고려하면 손 놓고 당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당시 CNN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하면 비겁해 보일 수 있고, 강하게 반발하면 자국내 지지도 상승을 얻을 수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앙심을 사 국익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무엇을 할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앞서 일본, 영국 정상의 경우 무난한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이 치러졌는데 이 당시 정상들은 모두 트럼프의 ‘과시욕’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과 영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과시욕’과 ‘인정욕구’를 ‘공략’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점이다.
결국 ‘돌발 상황’을 피하고, 최대한 내실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참모들은 양 극단의 백악관 정상회담 사례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