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항소심 시작…재판부 “구속 만료 전 결론 목표”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2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항소심이 시작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는 조현범 회장의 구속 만료 전에 결론을 내리는 등 신속한 심리를 예고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조현범 회장은 이날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직접 법정에 나왔다.
조현범 회장 측은 “1심 판결문을 받고 보니 재판부가 증거를 오독한 부분이 있고 심리가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거나 추측한 부분도 있다”며 “이 부분을 주로 항소이유로 삼았다”고 밝혔다.
조현범 회장 측은 이어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그에 대한 항소 이유 및 근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항소 이유에 관해 저희의 반박과 근거를 정리해 프레젠테이션(PT)하면 어떨까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1심에서 장기간의 공판기일을 거쳐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진행했는데, 항소심에서 또 쟁점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좀 중복되고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세 기일에 걸쳐 PT를 진행한 후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구속 사건이고 (조현범 회장이)1심과 같이 구속 기간이 만료돼 보석으로 나갔다가 취소되는 번거로움 없이, 항소심에 주어진 심리 기간 내에 결론을 내는 걸 목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2심 구속 만료 전 선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5월 29일 1심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 된 조현범 회장의 구속 기간은 내년 1월 말 종료된다.
앞서 검찰은 2023년 3월 조현범 회장을 특경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한국프리시전웍스(옛 MKT)를 부당 지원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131억원 상당) 외에도, 조현범 회장이 2017∼2022년 사이 75억 5000만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정황을 적발했다.
조현범 회장은 현대자동차 협력사 ‘(주)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지훈 리한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별다른 담보 없이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자금 50억원을 빌려줬다고 한다.
또한 조현범 회장은 개인 주거지 가구 구입 비용 2억 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건설 때 필요한 가구 대금에 합산하거나, 개인 주거지 이사비용 1200만원을 해외 파견직원들의 귀임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나아가 한국타이어에서 고용한 운전기사를 본인 배우자 전속 수행 기사로 배치했고, 또 조현범 회장 본인이 한국타이어 등 계열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채무를 진 지인에게 한국타이어 계열사 법인카드를 주고 사용하게 한 뒤 대금은 회삿돈으로 대납하게 하는 등의 혐의(배임)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페라리 등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리스하게 하거나, 운전기사에게 문제가 된 차량 일부를 은닉하도록 교사한 정황(증거은닉 교사)도 적발됐다.
구속 기소된 조현범 회장은 2023년 8월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 조 회장 측이 낸 보석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구속된 지 8개월여 만에 풀려나게 됐다.
이에 따라 조현범 회장은 그간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는데,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29일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로서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일부 범행을 부인하며 그다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유사 수법으로 판결 확정 후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다만,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의 단초가 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타이어를 찍어내는 틀)’를 비싼 값에 사들여 13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이 관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는 무죄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조현범 회장을 법정 구속하면서도, 검찰 구형(12년)의 4분의 1 수준인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현범 회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검찰 또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