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배드뱅크 '난항'…대부업체 반발 "손해보고 못 판다"

금융권 분담비율 합의 진전 없어

2025-08-07     안은혜 기자
서울시내 거리에 놓여진 대부업 광고물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정부가 '빚 탕감' 프로그램 배드뱅크(부실한 대출을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 기관)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금융권의 내부 협상에 진전이 없고, 특히 2조 원에 달하는 연체 대출 채권을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매입가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달 중 배드뱅크를 설립해 10월부터 채권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각 금융협회는 배드뱅크 재원 4000억 원 분담비율을 두고 업권 간 회의를 수차례 열었으나, 세부 분담비율을 정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권이 출연할 배드뱅크 재원 4000억 원 중 은행권이 3500억~3600억 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머지 금액을 둘러싸고 업권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채권 보유 비율이 낮은데도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집계한 탕감 규모는 16조4000억 원으로, 담보가 없는 개인의 대출 채권을 배드뱅크가 5% 가격에 사들여 없애는(소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요건에 해당하는 채권 중 대부업체들이 가진 채권의 액면가는 약 2조 원으로 금융업권 중 가장 액수가 많다. 

대부업권은 배드뱅크의 평균 채권 매입가율이 5% 수준이라는 점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 자체 채권추심업체를 보유한 대부업체의 부실채권 매입가율은 20~30%에 달해, 5%에 일괄 매각하면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업계는 "손해를 보면서 채권을 팔고 싶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부업체는 통상 부실 채권을 할인해서 사들인 다음 이 중 일부를 추심 등을 통해 회수해 수익을 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고위험 차주에서 거둘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줄어든데다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주로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이로 인해 조달금리 부담이 크며, 이런 상황에서 채권을 헐값에 넘기면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채권 매입가가 액면가의 25%라는 대부업계의 주장은 다소 과장됐고, 실제는 액면가의 10% 안팎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부업계가 부실 대출 채권을 배드뱅크에 넘겨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대출 탕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부업체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체에 대출을 꺼리는 1금융권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정부가 주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연 7% 안팎의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상황인데, 금리가 더 낮은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불법 사금융과 달리 은행처럼 제도권 내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