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불가능"…외국계 투자은행, 세제개편안 '혹평' 쏟아내
여권 내 이견 커지자 재검토설 '솔솔' 정청래 "공개발언 자제하라" 함구령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세제개편안 수정 없이는 '코스피 5000'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일제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여권 내에서는 '세제개편안 공개 언급 자제령'까지 내려 정부안이 재검토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해왔다. 실제 취임 후 주가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 '코스피 5000' 공약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가 부양 의지를 떨어뜨리는 상속세율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는데 대주주 기준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3억 원 이상 금융소득에 매기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은 25%에서 35%로 높였다. 증권거래세도 0.15%에서 0.2%로 인상할 계획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최근 글로벌 자산배분 계획에서 아시아 신흥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1.0~1.0의 구간 중 0.5)'에서 '중립'으로 축소했다. 아시아 신흥국 비중을 줄인 이유로 한국의 세제 개편안을 꼽았다.
씨티그룹은 "한국의 세제 개편안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던 정부의 그동안 노력과 180도 대치되는 내용"이라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해 온 만큼 이번 개편안이 지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계 IB인 CLSA도 지난 3일 '이런, 증세라니(Yikes, tax hike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고 혹평했다.
CLSA는 "주주친화적인 신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의외"라며 "실망스러운 정책 때문에 금융, 지주사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상속세 인하가 병행돼야 한국 증시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간은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며 "세제개편안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거나 상장사 실적이 증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제개편안에 대한 이견이 여권 내부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칫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우리의 목표에 역행할 수 있다"며 공개 우려했다.
반대 의견을 주도해온 이소영 의원은 전 의원 글을 공유하며 "당정 스스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없었는지 겸허히 재점검해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근 "세제 개편안에 따른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며 "당내 조세 정상화 특위와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공개 자리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이 시간 이후로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권향엽 대변인은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충분하게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토론을 해야 오해가 없다. 한 의장이 정책 의원총회가 필요하다고 하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