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과잉 우려말라"…글로벌 빅테크 기업, 내년 AI 투자 확대한다
MS·구글·메타·아마존 등 매출 증대, AI 효과 '톡톡'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메모리 업계에 제기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잉 우려를 잠재울 지 주목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2분기 매출과 영업 이익이 증가했다.
MS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764억4000만 달러(약 106조1960억 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343억 달러(47조6900억 원)로 집계됐다.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사업 호조에 힘입어 MS 주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장중 주당 555.45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시가총액이 창업 이래 50년 만에 4조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964억 달러와 313억 달러로 각각 14% 증가했다. 순이익은 282억 달러로 19% 늘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AI 인프라와 생성형 AI 설루션이 전 부문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전 세계 개발자 200만 명이 제미나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475억 달러와 204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22%와 38% 증가했다. 메타는 AI 추천 시스템을 적용함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체류 시간이 각각 5%, 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매출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최근 성장률이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AI 모델을 클라우드와 결합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빅테크간 기술력과 자본력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규모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빅테크의 반도체, 서버, 데이터센터 관련 누적 투자액이 2조9000억 달러(약 40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미국의 GDP가 0.5%포인트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S는 AI 모델 훈련과 AI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2025 회계연도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약 800억 달러(약 111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및 AI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 신호, 상당한 계약 잔고를 바탕으로 자본지출과 운영 비용 모두 향후 확장 기회에 대비해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연간 자본지출 규모를 기존 75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상향했다.
아낫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업데이트된 전망은 서버 투자 증가, 클라우드 고객 수요 충족을 위한 데이터 센터 건설 가속화를 반영한다"며 "내년에는 고객 수요 증가와 회사 전반의 성장 기회로 인해 자본 지출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올해 AI 인프라를 수직 통합하고 데이터센터 규모를 재정의하는 AI 인프라 혁신에 1000억 달러(약 139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메타는 최근 AI 인프라 투자를 외부와 분담하기 위해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자산 매각 계획을 밝혔다. 재정 파트너와 협업해 공동 개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메타는 이를 통해 AI 인프라 투자 유연성을 확보하고 향후 수요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가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장기 전략과 맞물린다는 평가다.
빅테크 기업들의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최근 메모리 업계에 드리운 HBM 공급과잉 우려를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HBM 시장에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돼 내년 HBM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3사 모두 범용 D램인 더블에이터레이트(DDR4) 양산을 멈추고, DDR5나 HBM 등 고부가 D램 생산량을 확대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구글, MS, 메타 등이 자사의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에 나서는 점은 HBM 수요 확대에 긍정적이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까지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만큼 HBM 공급이 단기간에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HBM은 연간 단위로 물량을 계약해 주문받은 만큼 생산하기 때문에 분기 단위로 계약하는 범용 D램과 같이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가격 급등락이 발생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HBM은 AI 성능 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어 앞으로의 수요 성장성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주요 고객과 AI 반도체 영역에서 긴밀한 협력파트너로 최적의 공급 조건으로 협의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