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번꼴로 러트닉 만나 ‘공’들인 대표단,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자…“협상 물꼬 튼 전기(轉機)”
[더퍼블릭=김미희 기자]30일(현지시간)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키맨’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꼽힌다. 미측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했지만 한국과의 협상 과정, 특히 마지막 일주일 동안 러트닉 장관이 실질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격인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선트 장관의 '일정 충돌'(미 재무부 설명) 문제로 25일로 잡혔던 2+2 회의가 연기되면서 상호관세 부과일(8월1일)까지 남은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러트닉 장관의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더욱이 미측 무역협상 팀원 중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8∼29일, 미국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중국과의 3차 무역협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았기에 미국 정부 안에서 러트닉 장관이 한미협상의 막판 조율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또한 러트닉 장관은 25∼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하면서 그곳까지 찾아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스코틀랜드 출장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협상 때 한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주의해야 할 사안들을 친절하게 조언하기도 했고, 대규모 대미 투자기금 조성 요구를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입장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미국 우선주의’ 압박도 이어나간 것이다.
또 우리측이 제시한 ‘조선업’에 대해서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협상단은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제시할 한미 조선 협력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치 구호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맞춤형 구호로 내놓은 ‘마스가’를 채택했다.
이를 두고 협상팀은 본국에서 보내온 그림 파일을 받아 현지에서 출력했다. 그리고 가로세로 1m 크기의 스티로폼 패널에 붙여 워싱턴 DC 미 상무부 청사로 옮겼다.
이 패널에는 한국과 미국 지도 위에 조선소 등 생산 거점이 표시됐다. 아울러 현재 조선 생산량 및 건조 능력과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향후 투자 계획 등이 담긴 숫자가 다이어그램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표현됐다.
김 장관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입에서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는 반응이 나왔다.
통상 관계자는 “첫 협상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으면서 조선 협력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이를 진전시키기 위해 러트닉 장관이 뉴욕 자택으로 협상단을 초청하는 등 회의가 급물살을 타며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 대표단은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워싱턴과 뉴욕,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러트닉과 총 7차례 면담했다. 사실상 하루에 한 번꼴로 러트닉을 만나 공을 들인 것이다.
대표단은 러트닉이 트럼프 수행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비행기표를 끊어 예정에 없던 동행을 한 것을 놓고 “협상의 물꼬를 튼 전기(轉機)였다”고 했다. 러트닉에게 “괜찮다면 스코틀랜드에서 협상을 이어가자”고 했고, 러트닉이 여기에 화답해 매스가 프로젝트 같은 이번 협상의 큰 틀이 잡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