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韓美 무역협상 타결했지만 3500억 펀드 두고 ‘간극’ 해소 ‘과제’

2025-08-01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8월1일 관세 유예기한을 앞두고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정부는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포괄적 무역합의에 최종 합의하고 15% 관세율을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려가 컸던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합의하고, 추후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에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고, 고밀도 지도정보 반출도 하지 않기로 했다. 3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소고기와 쌀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위해 협상단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집회 사진까지 보여주며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정부는 처음부터 쌀과 소고기 분야를 내줘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협상에 임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을 정도로 과정은 험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따르면 부처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한국은 미국에 조선협력펀드(1500억달러)를 비롯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마련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양국의 ‘온도차’ 또한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에 대해 설명하며 “이 중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투자펀드 규모는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조선업 현지 진출을 뒷받침하는 자금이 아닌, 미국 기업을 위해 활용되는 펀드 투입금액은 2000억 달러로 봐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주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며, (투자처는) 제가 선정한다”면서 “한국은 1천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다른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것이며, 한국은 그들의 투자 목적으로 거액의 투자를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의 발표와 비교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합의 금액인 3500억달러에 ‘+α’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중 에너지 수입 부분과 관련해서는 김 실장은 “한국은 지금도 미국으로부터 1년에 (에너지제품) 250억달러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4년을 곱하면 1천억 달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운용의 구체적 방안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가 선정한다”고 했지만 김 실장은 “직접 투자 비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나 보증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겠나”, “펀드 규모의 숫자는 ‘한도’를 의미하는 것” 등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추후 이를 두고 견해차가 불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김 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거액의 투자'에 대해서는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통상적인 투자를 지칭한 것이 맞다"며 펀드 조성과 별도의 투자라는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