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독주 막는다" 신한·삼성 '추격'…카드사 PLCC 경쟁 격화
비용부담 증가세 뚜렷···수익 방어 위해 새 전략 필요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카드업계 수익성에 비상이 걸리면서 카드사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표시신용카드) 경쟁이 재점화됐다.
PLCC 선두주자인 현대카드가 주요 제휴사들과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경쟁사들의 제휴 선점 경쟁이 격화되면서 카드업계 판도가 바뀔 지 주목된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 등 6개 주요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11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2470억 원)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24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1327억 원) 줄었고, KB국민카드는 1813억 원으로 29.1% 감소했다. 삼성카드 -7.5%(272억 원), 하나카드 -5.5%(64억 원), 우리카드 -9.5%(80억 원)인 반면, 현대카드는 유일하게 1%(17억 원)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구조 악화와 더불어 금융당국이 카드론 규제를 시행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카드사들은 전체 카드수익의 약 20%를 카드론에서 확보하고 있다. 1분기에는 24.5%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로 인해 카드업계는 이후 카드론 잔액이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PLCC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PLCC는 제휴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발급하는 신용카드로 제휴사가 카드 설계와 혜택 구성에 깊이 관여하고 해당 제휴사에 혜택을 몰아주는 상품이다.
PLCC 부문에서 독주했던 건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제휴해 국내 최초 PLCC를 출시했다. 이후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CJ올리브영와도 제휴카드를 출시하며 PLCC 최강자에 올랐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주요 제휴사인 스타벅스,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대한항공·네이버·무신사·SSG 등과 올해 제휴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경쟁사와 제휴 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타벅스는 삼성스카드와 제휴카드 출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내 제휴 카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배달의민족도 신한카드를 새 제휴사로 선정하고 8월 초 새 PLCC를 출시할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카카오뱅크·GS리테일·넥센타이어·스타필드 등과 PLCC를 출시하고 LG전자와 구독카드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도 하나카드는 당근페이, MG새마을금고와, 롯데카드는 롯데유통군과 PLCC를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PLCC 확대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LCC는 '체리피킹'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리피킹은 특정 요소만을 케이크 위 체리 뽑듯이 골라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행위를 말한다. 제휴 카드의 혜택과 이벤트가 끝나면 사용량이 감소하는 등 지속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는 제휴사에 독점적인 혜택을 줘야 해 비용은 높은 편인데, 고객들이 실적에 필요한 만큼만 체리피킹 하는 경향이 짙어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했다.
다만, PLCC 제휴사와의 계약에 따라 비용 분담 방식, 마케팅 전략, 수익 배분 조건이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같은 PLCC라도 제휴사에 따라 시장 반응과 고객 고객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계 1위와의 제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량을 담보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소규모 브랜드와의 제휴는 비용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PLCC에 집중하는 건 본업인 신용판매 경쟁력 강화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 중 신한카드의 개인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점유율은 18.50%로, 전년 동기(18.64%)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18.02%로 전년 동기(17.03%)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17.15%에서 17.70%로 0.55%포인트 상승했고, KB국민카드 점유율은 14.69%에서 14.60%로 0.09%포인트 하락했다.
PLCC 제휴사는 혜택 설계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고 카드사는 개인 신용판매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고객은 해당 브랜드 이용 시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PLCC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현대카드처럼 PLCC 라인업이 다양한 카드사가 신용판매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도 이러한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서비스 비용과 함께 제휴사 지급 수수료 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PLCC를 통한 단기 수익 보완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수익구조 다변화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개발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