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원청과 노조 사이 "중소기업 새우등 터진다"
경총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오는 8월4일 여당이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중소기업의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회사 근로자 외 3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기 때문에 노조가 늘고 쟁의 가능성이 커져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소급' 조항으로 인해 기업들을 상대로 '취하 중재'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다.
3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 임금 확대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모두 포함해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 측이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노조는 회사를 임금 체불로 고소하고, 지난 6월엔 "원청인(삼성전자)이 직접 나서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사는 결국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
이 회사 대표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사가) 노조가 없는 협력사에 일감을 주거나 아예 해외로 나갈 것"이라며 "수많은 중소 협력사들이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A사 대표는 "노조가 없어도 원청이 파업하면 하청 중소기업은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한다"며 "주 52시간제에선 파업 후 밀린 주문량을 감당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법이 통과되면 파업은 더 많아지고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청 기업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 강화와 노조 쟁의 범위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조와 원청사이에 낀 중소기업들은 도산 위기 또는 폐업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합원 30명 미만의 소규모 노조는 2455개로 전체 40%를 차지한다. 주로 영세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3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는 제조 중소기업의 리스크가 매우 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노란봉투법안에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면제' 조항과 함께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소급 조항을 넣었다.
민주당은 최근 현대차와 현대제철, 한화오션에 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배 소송 취하를 종용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 기업들을 상대로 중재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2010년과 2013년, 2023년에 각각 울산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에게 손배소를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당진제철소를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 180명에 대해 제기한 200억 원의 손배 소송 2심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2022년 불법 파업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470억 원 손배소를 제기한 한화오션에도 취하를 종용해왔다.
경제계에선 "사용자의 손배 청구를 봉쇄하는 선례를 만드는 건 불법 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을 무법천지로 만들 수 있는 행위"라며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도 다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12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이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지켜본 뒤 헌법 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회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해외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으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입법 중단을 촉구한 경제8단체 공동 성명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