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발표 이후 24차례 말 뒤집으며 전 세계 ‘혼돈’…“예측불가능한 미치광이 ‘트럼프 독트린’”
[더퍼블릭=김미희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 ‘압박’을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 편으로는 관세를 압박하고 한 편으로는 방위비 압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위비 압박이 관세 압박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사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관세 폭탄’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가 물러서는 행태의 반복으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별명마저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예측불가능성을 만방에 유감없이 펼쳐 보인 순간이었다.
당장 우리나라에 대해 관세에 이어 방위비 압박을 이어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과장’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미국 국방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압박해온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우리는 당신은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원)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 따라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고, 만족했다”고 소개했다.
또 “나는 (한국에) ‘그러나 다음 해(2020년)에는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정선거(2020년 미 대선)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협상하지 못했다”며 “아마도 그들은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하게 대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바이든)는 그걸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깎아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당시 약 5조7천억원)의 인상을 요구했으며 50억 달러 인상 요구도 2019년 한국이 낸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 이상으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또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할 수도 있다.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란을 향해 “2주의 기간”을 경고하면서도 이틀 뒤인 21일 미군의 B-2 전략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성에 기반한 ‘미치광이 전략’으로 세계질서의 전환을 도모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집권 1기부터 대내외 정책 결정에 있어 예측불가능한 개인적 성향을 십분 활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예측불가능성을 국가수반의 외교노선을 뜻하는 독트린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BBC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 대해 가장 예측가능한 점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자기 생각을 바꾸고, 자기 말을 부인하며,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9일 조선일보 또한 포브스를 인용, “트럼프가 지난 4월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지난 3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자신이나 참모진의 말을 뒤집거나 변명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6월 상호 관세 유예 연장과 관련,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얼마 후 “연장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고는 이번 관세 서한에서 부과일을 “8월 1일”로 적시하면서, 사실상 3주 연장했다. 관세 서한을 보내는 국가에 대해서도 지난달 29일엔 “수백 개”라고 했으나, 이후엔 10~12국, 12~15국으로 계속 바뀌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으로는 동맹국으로부터 성과를 취할 수는 있어도 ‘신뢰받는 중재자’로서의 미국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첨을 좋아하고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예측불가능성 독트린’의 핵심적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상대국이 확실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파악하게 되면 오히려 속임수를 쓰는 데 제한이 생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