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2명 중 1명, 올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상승 전망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정부가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2명 중 1명은 올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부동산R 114가 지난달 17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961명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49%가 올 하반기에 주택매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전망조사에서 상승 전망이 62%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게 부동산R 114의 설명이다.
직전 조사 대비 상승 전망은 17%포인트(p) 늘어났지만, 하락 응답은 12%p 줄면서 13% 수준에 그쳤다. 상승 전망과 마찬가지로 하락 전망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임대차 가격에 대한 답변도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을 4~8배 압도했다. 전세 가격은 상승 응답이 47.66%, 하락 응답이 10.82%로 상승 비중이 4.4배 더 많다. 월세 가격 전망은 상승 응답이 50.36%, 하락 응답이 6.14%로 8.2배나 더 많았다.
부동산R 114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의 월세화가 동반돼 신축 공급이 부족한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매매가격 상승 응답자의 다수는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32.70%)’을 이유로 들었다. 상반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 고가 아파트와 한강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고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수요층의 주택 매수 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그 다음으로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13.59%)’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차례 인하되면서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이어 ▶정부의 주요 규제 개선 전망(9.77%) ▶급매물 위주로 실수요층 유입(9.55%)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부족 심화(9.13%) 등이 지목됐다.
매매가격 하락을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대출 규제로 매수세 약화(34.15%)’를 이유로 선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새 정부의 6‧27 대책 발표와 스트레스DSR 3단계 도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 다음으로 ▶경기침체 가능성(25.20%) ▶대출 금리 부당 영향(7.32%) ▶가격 부담에 따른 수요 감소(7.32%) ▶이자 및 세금 부담으로 인한 매도물량 증가(7.32%)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응답한 458명 중 31.66%는 매수 심리 위축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의 6.27 대책 발표로 과거보다 크게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위축된 매수 심리가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를 늘려 가격 상승 압박을 높인다는 의미다.
이어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물건 공급부족(18.78%) ▶서울 등 주요 인기 지역의 입주 물량 부족(18.56%) ▶월세 가격 오름세에 따른 전세가 상승압력(12.45%) ▶청약을 위한 일시적 전세 거주 증가(12.01%) 등으로 나타났다.
전세 가격 하락 전망을 선택한 경우는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 대책 효과(23.08%)’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정부의 전세 대출 보증 비율 하향 조정과 갭투자 제한 조치 등이 이뤄짐에 따라 전세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형성된 분위기다.
그다음으로는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역전세) 리스크(19.23%) ▶갭투자 영향으로 전세 매물 증가(15.38%) ▶과거 전세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12.50%) ▶전세 보증 보험 가입 요건 강화 영향(11.54%) 등이 전세 가격하락에 대한 주요 이유로 선택됐다.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핵심 변수로 ‘국내외 경기 회복 속도 등 대외 경제 여건(18.42%)’과 ‘대출, 세금 등 부동산 규제 환경 변화 여부(16.55%)’를 1순위와 2순위로 꼽았다.
장기간 1순위 꼽히던 기준금리와 관련된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면서 대외 경제 여건과 대출, 세금 등의 부동산 규제 환경 이슈들이 선두로 부상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으로 대출과 세금에서의 정책 기조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외 주요 변수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 여부(14.67%) ▶새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택지개발) 정책(13.84%) ▶민간 소비 등 국내 실물 경기 지표 변화(11.76%) ▶전월세 가격 등 임대차 시장 불안 지속 여부(9.37%) ▶물가 상승(인플레이션)(6.76%) ▶PF 부실 및 금융권 연체율 상승 가능성(4.37%) 등이 꼽혔다.
부동산R114는 매년 두차례 주택시장 전망 조사를 실시하며 설문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6%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