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동남아 전략 수출지로 부상…중·러 빈자리 파고들어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국내 방위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중국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를 대안으로 주목하면서, K방산이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기업들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자주포, 함정 등 다양한 무기체계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LIG넥스원은 최근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전시회에서, 국영 방산업체 PT.DI와 천궁-II, 현궁, 신궁 등 유도무기 수출 협력 MOU를 체결했다.
KAI는 올해 상반기 필리핀과 FA-50 전투기 12대를 2030년까지 공급하는 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수출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말레이시아 방산기업과 천무 다연장로켓, 베트남과는 약 3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역시 태국을 대상으로 3000톤급 호위함과 잠수함 수출을 타진 중이다.
이들 국가는 과거 러시아·중국산 무기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지만, 공급 불안과 기술 한계 등의 이유로 한국산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 방산은 적정한 가격, 기술력, 납기 신뢰성 등을 강점으로 앞세우며, 중·러 무기 대비 실용성과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공급망 불안정, 정치적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중형급 무기시장에서 한국산 무기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정부 간 협력을 바탕으로 수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신남방 정책과 연계해 방산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동남아 주요국과의 국방협력 채널을 확대하며 수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위아, 풍산 등 주요 방산기업들도 현지 전시회 참가와 현지 생산 협력 확대를 통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동남아 시장이 단발성 수출이 아닌 지속적인 전략 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저가 무기시장에서 기술 이전·현지화·공동개발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형 맞춤형 수출 모델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