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자사주 매각, 신동빈 회장 의결권 강화?…“매각 전에도 이미 의결권 60%”

2025-06-27     김영일 기자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자사주 5%를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투자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롯데물산에 매각했다는 게 롯데지주의 설명인데,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26일 장 마감 후 자사주(자기주식) 524만 5000주(5%)를 롯데물산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1450억원이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32.5%에서 27.5%로 낮아졌다.

롯데지주는 자사주 처분으로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신규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도 강화됐다.

기존 신동빈 회장 및 특수관계인(신동빈 회장 측)이 보유한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40.5%였는데,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자사주 지분 5%를 매각함에 따라 신동빈 회장 측 지분은 45.5%로 증가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 측 의결권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다. 즉,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롯데물산에 매각함에 따라, 롯데지주의 자사주는 더 이상 자기주식이 아닌 탓에 의결권이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 측 의결권이 강화됐다는 것.

물론 롯데지주는 기존에도 신동빈 회장 측 의결권 지분율이 60%를 상회해 자사주와 무관하게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롯데지주 자사주 매각으로 신동빈 회장 측 의결권이 강화되는 만큼 일반 주주들의 의결권은 약화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롯데지주 전체 주식 수를 1000주라고 가정할 경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325주(32.5%)를 제외하면 의결권을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 수는 675주가 된다, 이 중 신동빈 회장 측이 보유한 주식 수가 405주(40.5%)기 때문에 의결권 지분율이 60%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롯데지주가 자사주 50주(5%)를 롯데물산에 넘김에 따라 의결권이 부활 된 50주는 신동빈 회장 측에 포함, 신동빈 회장 측 의결권은 기존 60%에서 67.4%로 강화되는 데 반해, 일반주주 의결권은 그만큼 약화 된다는 것.

또한 롯데지주 자사주 매각으로 인해 유통 주식 수가 늘면서 주당순이익(EPS)이 감소 될 우려도 있다. 이는 기존 일반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분할 및 합병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취득한 것”이라며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자사주 매각 전에도)60%였기 때문에, (자사주 매각 이후의 의결권 강화 여부는)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자사주 매각에 따른 유통 주식 수 증가로 인해 일반주주들의 주당순이익이 감소 될 우려에 대해선 “이번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15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는 재무 건전성 확보로, 앞으로 더 경영을 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자사주 5% 매각은 장기적으로 경영을 더 잘하기 위해 자사주 비중을 낮추기로 공시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당시 “당사는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투자 관련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15% 내외의 자기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어 “자기주식 매각 시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사의 기존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해당 자기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롯데물산이 인수한 자사주는 롯데그룹 지주사 지분이기 때문에, 이를 매각하게 되면 자칫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롯데물산이 이를 매각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이는 롯데지주의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난 건 맞지만 시장에 내다 팔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