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올해 성장률 1%…반도체 빼면 버틸 힘 없다”

하반기 반등? “정부 부양책, 실행력이 핵심 변”

2025-06-21     오두환 기자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이자 최근 10년 평균(2.5%)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21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 침체, 하반기 소폭 반등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성장률은 0.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하반기에는 대내외 정책 효과가 일부 나타나며 1.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관세 정책 변화 등으로 상반기 경기 흐름이 위축됐다”며 “하반기에는 수출 회복과 정부 정책 효과가 일부 반영되며 완만한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반등의 질이다. 건설·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3대 지표 모두 트리플 부진에 빠졌고,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면 후퇴했다. 한경연은 수출 증가율을 0.0%로 전망했다. 사실상 정체다.

내수, 소비 위축에 건설투자 ‘10년 최악’

민간소비는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임금 상승 둔화, 가계 부채 부담,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는 AI·반도체 설비 수요 덕분에 2.1% 증가가 예상되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투자는 -3.8% 역성장이 예고된다. PF 부실, 공공 발주 위축, 중소건설사 구조조정 지연 등 악재가 겹쳤다. 신규 착공은 큰 폭으로 줄며, 건설업은 최근 10년 내 최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양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물가는 안정세…하지만 경기 반등 동력도 약해

소비자물가는 내수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로 연 1.9%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영향은 있지만 예년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경상수지 흑자도 줄 전망이다. 한경연은 미국 고율 관세 여파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며 흑자폭이 전년 대비 100억 달러 줄어든 890억 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품목에 25~50% 관세가 부과되면서 타격이 집중되고 있다.

관건은 ‘정부 대응력’과 ‘한미 통상 협상’

한경연은 “정부 경기부양책의 구체적 내용 및 실행 속도와 한‧미 간 통상협상 결과가 경기 반등의 폭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라고 밝혔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PF 부실, 소비심리 위축 등 구조적 악재가 누적된 만큼, 정책 대응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다.

이승석 위원은 “경기 반등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회복 국면 진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