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증시, 중동 분쟁에도 흔들림 적다, 왜?…반사이익 기대

빅5, 전장 확대 속 수출·실적 '쌍끌이' 이스라엘·이란 충돌 장기화 시 유가 급등 우려

2025-06-16     안은혜 기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발사된 이란 미사일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한국은 중동 분쟁으로 인해 정유·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비롯해 여러 산업계에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증권 시장에서는 K방산·해운 산업 관련주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어 '투자 피난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2023년 국내 석유시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륙별 원유 수입 비중 가운데 중동이 7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에서 중동 국가인 카타르(24%)와 오만(12%)을 합치면 36%에 달했다.

지난 13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당장 원유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중동 쇼크'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 직후 국제 유가는 하루에 7% 폭등, 미국 다우지수는 약 1.8%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1.1~1.3% 하락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K방산 등이 불안한 정세의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을만큼 우리 산업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이른바 방산 빅5 기업들은 수출 확대와 수주 성과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해운사 HMM은 5.22% 올랐고, 흥아해운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해운 업종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운임이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40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0%, 1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폴란드향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본격 납품이 시작됐고 여기에 생산성 향상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루마니아, 호주 등지로의 수출 확대와 현지화 전략, 사우디 조인트벤처(JV) 설립 추진 등도 장기적 실적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중동에 불붙은 전쟁이 국내 방산기업에게는 수출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에는 이스라엘의 포탑과 능동방어체계 등이 적용됐고, 장거리 레이더도 도입돼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사용하고 있는 방공미사일, 마르카바 전차 등은 한국의 천궁2, K2전차 등과 경쟁관계에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길어질 경우, 이스라엘이 자국 방어 차원에서 신규 생산 무기의 해외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한화에어로 수출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로템은 올 1분기 디펜스 부문에서 매출 6579억원, 영업이익 2029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상회한 바 있다. K2 전차의 추가 수출 여부에 따라 2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중동 지역에서의 드론 실전 배치가 확대되면서 무인기 관련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NACS)와 저궤도 통신위성, 차세대 무인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LIG넥스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유도분야의 방산물자가 활약할 것으로 봤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따라 사우디, UAE로부터 천궁2 조기인도 요구 및 LSAM 수주계약 타임라인이 빨라질 가능성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 @연합뉴스

문제는 중동산 원유와 LNG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가 통과한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로 꼽힌다.

이란은 세계 7위 산유국인 데다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자,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하기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오일쇼크급'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다. 에너지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휘발유·가스 가격 인상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에 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