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스테이블 코인 육성 '속도' 내나… 김용범 발탁에 관심 집중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출신 민간 주도 발행 vs 한은 통제권 갈등은 과제

2025-06-09     양원모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명 정부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가상자산 전문가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발탁하면서 스테이블 코인 육성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용범 신임 정책실장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공직 퇴임 후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로 활동했다. 김 실장은 이곳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걸친 여러 보고서를 작성하며 정책 연구를 이어왔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김 실장은 지난 3월 발표한 '원화 스테이블 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김 실장의 철학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구상과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과 정책 공약집을 통해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도 같은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실장의 전문성이 이 대통령의 디지털 자산 허브 구상 실현에 긴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6곳과 추진 중인 중앙은행 주도 디지털 화폐(CBDC) '프로젝트 한강' 대신, 일부 은행이 별도로 준비 중인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정책적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로젝트 한강은 CBDC를 기반으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CBDC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국제 공조 측면에서도 민간 주도 방식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가상자산 정책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 신뢰는 스마트 콘트랙트와 리저브 공시, 진행간 감사, 상환 알고리즘 같은 구조 그 자체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제도적 관성이 은행 기반 설계를 고집하는 원인"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방향성을 새로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한국은행 입장과 대립한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실질적 화폐의 대체재"라며 "비은행이 자유롭게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은은 제도 도입 시 발행 인가 단계부터 개입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스테이블 코인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주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페이는 가격제한폭인 29.92% 오른 4만 9500원에 장을 마쳤다. 위메이드도 해시드 투자 관련해 8.35% 급등했다. 특히 카카오페이 주가는 최근 12거래일 동안 70% 넘게 급등했으며,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등 그룹주도 동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