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대법관 겁박회의’로 전락?...“조희대 사퇴권고” 운동권출신 판사가 주도

2025-05-10     최얼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법관 대표들이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유죄 판결과 관련해 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특정 재판의 잘못을 따지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적이 최초의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다른 판사의 판결을 놓고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재판 독립 침해이자 헌법 위반”이라며 “꼭 8년 전, 일부 판사가 주도한 법관대표회의가 정치권과 손잡고 대법원을 흔들었던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7년 3월 언론을 통해 처음 불거진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 상고 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에 유리한 재판을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 등이다.

당시 인권법 소속이었던 이탄희·이수진·김형연 판사 등은 해당 문제를 대대적으로 불거지게 만들었고, 이후 민주당과 대통령실 비서관 직으로 자리를 대거 옮겼다.

그해 6월 8년 만에 열린 법관대표회의는 “의혹을 조사할 권한을 달라”며 대법원을 거세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후 7년이나 진행됐던 양 대법관 1심판결은 무죄로 결론났고, 오는 9월 2심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당시 진보 성향 판사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 등 야권은 끊임없이 사법부를 흔들었다. 민주당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사법 개혁을 해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정의당은 “대법원장 등 관계자들을 즉각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법원 노조도 대법원장 사퇴, 국회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판사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26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논의될 안건은 크게 두 가지다. 대법원의 이 후보 유죄 판결이 정치적 중립과 사법 신뢰를 무너뜨렸는지, 민주당의 대법원장·법관 탄핵 등 시도가 재판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다.

이번 회의는 운동권 출신인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 법관 대표가 소집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법관 대표 126명은 당초 8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투표했다. 그러나 “의견 수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에 9일 오전 10시로 투표 기한을 늦췄고, 이날 오전까지도 정족수인 ‘5분의 1 이상(26명)’을 충족하지 못하다가 겨우 26명을 채워 개최가 결정됐다.

반면, 약 70명의 법관 대표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만큼 법관들 사이에서도 반대목소리가 더 높다는 것이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법관 대표들은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로인해 재판 독립 관련 안건이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4일 국회에서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거나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스럼없이 한다. 

박찬대 당대표 대행은 이날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이 후보를 제거하려 한 ‘조희대 사법 쿠데타’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법원의 선거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사법 대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