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이재명 대권가도 앞 새로운 변수…대법원 전합 판단의 ‘경우의 수’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근 ‘이재명 세력’은 지귀연 판사 개인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넘어, 선을 넘는 막말 협박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극좌 성향 유튜버)김어준은 방송에서 ‘이상한 결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연일 지귀연 판사를 공격하고 있고, 민주당 출신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죽을 때까지 응징하겠다’라는 폭언을 내뱉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지귀연 판사를 ‘징계하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귀연 판사는 지난달 7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로, 현재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에서 지귀연 판사를 공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외에도, ‘민주당 하수인’이라 비판받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지귀연 판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형사 재판 첫 공판기일에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금지한 바 있는데, 이와 관련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 측이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영상 촬영을 불허했다”며, 지귀연 판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22일 해당 고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귀연 판사를 겨냥한 좌파 진영의 이러한 공세는, 사법부 입장에선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귀연 판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은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재판을 앞둔 대법관들과 사법부 전체에 대한 협박성 경고”라며 “대법원은 결코 이 같은 치졸한 압박에 굴하지 말고, 사법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좌파 진영이 지귀연 판사에 대한 집단 공세를 이어가던 찰나,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 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전합으로의 회부 직후 곧바로 심리에 착수한데 이어, 지난 24일엔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열고 심리를 속행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치권과 서초동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 상고심 속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보고, 대선(6월 3일) 전에 상고심 판단이 내려질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재명 후보의 대권가도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대법원 전합 판단의 ‘경우의 수’에 대해 짚어봤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속도전’…대선 전 선고 가능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직권으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합으로 회부했다. 이어 이날 오후 곧바로 첫 번째 합의기일을 열고 심리에 착수했고, 지난 24일엔 두 번째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 전합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뤄진다고 한다. 그런데 22일에 이어 이틀 만에 합의기일을 속행하는 건, 이례적으로 심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조기 대선과 맞물린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대법원 전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속도전을 연출하고 있다 보니, 대선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내려질지, 내려진다면 유죄인지 무죄인지, 유죄라면 파기자판인지 파기환송인지, 파기환송이라면 당선 이후에도 재판이 진행되는지 멈추는지 등의 여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우선 조희대 대법원장이 속도전을 연출하는 건 대선 전에 최종 판단을 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선 전에 판단을 내리지 않을 거라면, 당초 담당 재판부였던 대법원 2부에서 심리를 하다가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합으로 전환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면 됐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 상고심이 소부(小部)에 배당되자마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곧바로 전합 회부 직권 결정을 내린데 이어, 전합 회부 당일 첫 합의기일을 열었고, 첫 합의기일 이틀 만에 두 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대법원이 대선 전 최종 판단을 내릴 게 아니라면 굳이 신속하게 전합으로 회부하거나, 이례적으로 심리를 잇달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싶다.
따라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전합 회부 직권 결정과 심리 속행은 결국 대선 전에 선고를 내리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전 무죄면 대권가도에 ‘날개’…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면, 재판 계속 진행 여부도 함께 판단 내려야
대법원 전합의 대선 전 선고를 가정하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대법원 전합이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을 항소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한다면,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가장 중대했던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게 됨에 따라, 지금도 질주하고 있는 대권가도에 날개까지 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정권 탄생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4일 kbc광주방송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해 “대법원장 직권으로 이재명 전 대표 재판을 전합으로 회부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속도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게 무슨 마수가 있지 않느냐라는 의심도 있지만, 제가 한 3주 전에 정통한 소식통에 들은 바에 의하면 원심 확정이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파기환송은 되지 않고 원심 무죄 확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을 누가 임명하고 누가 추천했든 법과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데, 제가 파악한 소식통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저는 원심 확정 무죄가 된다 이렇게 본다”고 단언했다.
박지원 의원의 단언과 달리, 대법원 전합이 대선 전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하게 되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법원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기존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함께 내려야 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불소추 특권에 대통령 당선 전 진행됐던 재판도 포함 되는지 여부도 판단이 내려져야 국민적 혼란을 해소할 수 있다.
만약 대법원 전합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고도 재판 계속 진행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는다면, ‘재판 중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재판 계속’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중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적 혼란을 해소하지 않은 대법원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전합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한다면, ‘재판 중지’ 판단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재판 중지 판단을 내릴 거라면, 대선 전 굳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할 이유가 없지 싶다.
아울러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당선자가 법원 판결로 인해 대통령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물론 대법원 전합이 대선 전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이와 함께 재판이 계속 진행된다고 판단해도, 이재명 후보의 대선 완주에는 문제가 없다. 고법에서 최종적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기준인 벌금 100만원 이상인지 이하인지, 양형 판단을 대선 전까지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 후보에게는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게 된다. 재판이 계속 진행돼 고법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직이 박탈된다. 민주당 또한 지난 20대 대선 당시 보전 받은 선거 비용 434억원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 입장에서도 대선을 또 치러야 하는데, 대통령직 박탈로 인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원인을 제공할지도 모를 이재명 후보에게 과연 투표할까 싶다.
‘위기에 강한 남자’ 이재명…재판 계속 진행돼도 대통령 당선되면 위기 탈출
이재명 후보는 그간 벼랑 끝에서 여러 번 살아 돌아온 경험이 적지 않다.
2018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 때 경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현 X) 계정주를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로 지목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당시 검찰은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라고 단정하거나, 직접 글을 썼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또 이재명 후보의 과거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의 경우, 2019년 10월 항소심에서 경기도지사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2023년 9월에는 민주당이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이재명 후보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란 대체적인 예상을 깨고 기각을 받아냈다.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15일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달 26일 항소심 선고에선 1심 판결을 전부 뒤집고 무죄를 받았다.
이쯤 되면,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오는 위기 탈출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전합이 대선 전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더불어 재판 계속 진행 판단을 내리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해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재차 위기 탈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기 탈출 카드로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예상할 수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 또는 지자체 사이에 발생하는 권한 다툼을 판단하는 걸 말한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 자격으로 또 다른 국가기관인 ‘고법’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뒤에 고법이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행위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인데, 헌법재판소 구도상 이 후보에게 유리한 판단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헌법재판소가 앞서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민주당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위기 탈출 카드로 거론된다.
형사소송법 제306조는 ‘공판절차의 정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해당 형소법에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경우 공판절차가 정지된다’는 취지의 조항을 추가하고, 여기에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된다’는 소급 적용 취지의 부칙까지 더한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시나리오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후보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리 없기 때문에, 대법원 전합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고법에서의 파기환송 재판은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대선 전 파기자판 불가? 상고심, 항소심 무죄 사건 형량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 전합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하지만도 않은 파기자판을 결정한다면 앞서 거론한 권한쟁의심판 및 형소법 개정 등의 위기 탈출 카드는 봉쇄된다.
파기자판이란 상급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대신, 항소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사건을 직접 재판하는 것을 말한다.
형소법 제396조(파기자판) 1항은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법률심인 상고심은 양형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파기자판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2심에서는 통무죄를 했기 때문에 양형 판단이 없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어서 스스로 판단할 때 양형심리를 할 수 없다”며 “양형 판단을 못 해 파기자판이라는 전제가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항소심 무죄 결정에 대해선 유‧무죄를 다시 판단할 수는 있으나, 피선거권 박탈 기준인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면 항소심 법원이 형량을 다시 정할 순 있어도,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통해 항소심 무죄 사건의 형량은 결정할 수 없다는 것.
대법원장의 전합 회부 직권 결정…종전 대법원 판례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합에서 심리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을 직권으로 전합 회부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소부에서 대법관들 간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거나,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 및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아 소부에서 재판하기가 적당하지 않은 사건,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할 때 전합에서 심리한다.
이는 이재명 후보 선거법 상고심이 선거라는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돼 있고,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기도 하거니와, 또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합 회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것.
대법원 전합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정립하기로 결정한다면, 파기자판을 통한 유죄 형량 확정이 가능해 질 수 있다.
가정을 전제로, 만약 대법원 전합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정립하기로 결정한 뒤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 형량을 확정할 거라면, 그것도 피선거권 박탈 기준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확정할 거라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5월 11일) 전에 선고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를 당 대선후보로 선출하고, 대선후보 등록까지 마친 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5월 12일~6월 2일)에 이러한 판단을 내린다면, 민주당 대선후보가 사라지는 격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입장에선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셈이 된다.
이번 조기 대선 초‧중반 양상은 이재명 후보의 ‘원사이드 게임(One Side Game-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경기)’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 전합이 언제 최종 판단을 내리느냐, 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재명 후보의 원사이드 게임이 유지될지, 아니면 ‘서킷 브레이크(circuit break-중단)’가 발동될지, 여의도 정치권과 서초동 법조계의 시선은 대법원으로 향해 있다.
<사진 및 이미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