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당직 정지' 민주당 혁신안 만든 문 전 대통령, 본인 기소되자 "정치 보복"
문 전 대통령, '부패 혐의 기소 당직자 직무 정지' 당헌 80조 주도 뇌물수수 혐의 불구속 기소에 "윤석열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 민주당, 당헌 80조 지난해 폐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대비" 비판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기소 시 당직 정지' 혁신안을 도입할 만큼 도덕성을 강조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본인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자 "정치 보복"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전주지검은 지난 24일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전 사위 서모 씨를 이상직 전 의원 소유의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뒤, 이를 통해 약 2억 1700만원 상당의 급여와 주거비 등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다만 딸 다혜 씨와 사위 서 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번 기소를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며 "검찰 권력 남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따.
이런 반응은 문 전 대통령이 과거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비리 연루 정치인 퇴출을 주장해온 입장과 대조를 이룬다. 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80조 도입을 주도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뇌물죄로 기소되자 이를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억울하더라도 정치인의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자기가 한 행동도 잊어버리고 수사 기관을 비난하기 바쁘다"고 <뉴데일리>에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문 전 대통령이 만든 당헌 80조는 2024년 이재명 대표 시절 폐지됐다. 당시 이는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등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자, 당헌 적용 시 대표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지난해 6월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해당 당헌 폐지안을 투표 참여자 501명 중 84%인 422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문 전 대통령 기소는 2019년 관련 의혹 제기,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최근 문 전 대통령 측에 두 차례 소환을 통보했으나 불응했고, 서면조사 요구에도 답변이 없자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및 구속 이후 정치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관련 수사를 의도적으로 미뤘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 핵심 관계자들이 관련 소환 조사에 불응했고 문 전 대통령과 가족, 청와대 행정관들도 서면 조사 요청에 답변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