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지각내역서’ 문건 유출 논란…제3노조 “MBC가 조직적으로 2차 가해”

2025-02-24     김영일 기자
MBC 제3노조.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직장 내 괴롭힘에 고통받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방송사고, 지각내역서’ 문건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과 관련, MBC 내부에서 “MBC 조직이 오요안나 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MBC 내 비(非)민노총 계열인 제3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내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故 오요안나 방송사고, 지각내역서’ 문건은 유족에 대항하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문제의 문건은 제목란에 ‘故 오요안나’라고 적고 있어서 오요안나 씨 사망 이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3노조는 “또한 ‘분’ 단위의 ‘TIME LINE’이 적시돼 문화방송(MBC)이 조직적으로 전산 출퇴근 기록 등을 토대로 도움을 주거나 직접 조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제3노조는 이어 “만약 이 문건이 오요안나 씨 유족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회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와 연대해 소송 대비 자료를 작성하고 언론플레이를 위해 유출한 것으로 보여 ‘비양심적’인 2차 가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3노조는 “오요안나 씨의 지각은 선배 기상캐스터가 뉴스투데이 날씨 코너를 넘겨준 뒤 퇴근 후 남게 하여 훈육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시작한 이후에 발생했다”면서 “오 씨의 유족들은 ‘괴롭힘으로 병을 주고 이 때문에 지각을 한 것을 다시 나무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또한 “오요안나 씨는 새벽 4시반까지 매일 출근해야하는 살인적인 뉴스투데이 담당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방송사고를 내거나 지각을 한 사실이 없으며, 오 씨의 전임 기상캐스터도 두 번이나 아침뉴스 날씨 시간을 못맞춰 지각으로 물의를 빚은 사실이 있다”고 꼬집었다.

제3노조는 “문화방송은 기상캐스터들에게 매달 1백만원이 넘은 의상 대여비를 본인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면서 “회사가 나몰라라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오요안나 씨에 대한 훈육이 정당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이는 정말 공영방송으로서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방송 안형준 사장은 더 이상 오요안나 씨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스스로 사퇴하여 책임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