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타한 '딥시크 쇼크'… 제2, 제3의 딥시크 대기 중인 中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 AI 스타트업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 이후 수많은 중국 AI 기업들이 '제2', '제3'의 딥시크를 꿈꾸며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딥시크가 'R1' 모델을 공개한 지 불과 2시간여 만에 또 다른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 AI'가 'K1.5' 모델을 발표하며 전 세계 AI 개발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샷 AI는 이 모델이 미국 앤스로픽의 '클로드 3.5 소넷'을 능가하는 추론 능력을 갖췄으며, 오픈AI의 'GPT-4'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2023년 칭화대 출신 양즈린이 설립한 문샷 AI는 지난 1월 기준 기업 가치가 33억 달러(CB인사이츠)에 달하는 중국 대표 유니콘 기업이다. 양즈린은 자연어 처리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카네기멜런대 언어기술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로, 애플 AI 리서치 디렉터를 역임한 러슬란 살라쿠트디노프와 구글 수석과학자 윌리엄 코헨의 지도를 받았다.
중국의 AI 굴기를 이끄는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형 IT 기업의 과감한 투자다. 문샷 AI는 설립 1년 만에 알리바바에서 10억 달러를 조달했고, 텐센트의 투자도 유치했다. 즈푸 AI, 바이촨 AI, 미니맥스 등 다른 AI 스타트업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형 IT 기업은 스타트업과 협력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스타트업은 자금 확보와 함께 대형 IT 기업 생태계에 진입해 응용 분야를 확대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둘째는 풍부한 연구 인력이다. 중국은 매년 약 8만명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박사와 150만 명의 공학 엔지니어를 배출하는데, 이는 '스템 원조 국가'인 미국의 두 배 규모다.
특히 칭화대, 베이징대, 중국과학원 등 주요 학술 기관이 AI 인재 양성에 집중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3대 AI 학회의 채택 논문 조사 결과, 지난해 저자 수 순위에서 중국 기업·대학은 상위 100개 기관 중 31개를 차지하며 미국(37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중국의 AI 기술 발전은 미국 견제에도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텍사스주(州)가 주 소유 디지털 기기에서 딥시크 모델 사용을 금지하고, 대만과 일본이 '보안'을 이유로 자국 공무원의 딥시크 사용을 차단했지만 중국 내 AI 기업은 4000여 개에 달하고 AI 기술 관련 공개 특허도 6만 2000건을 넘어섰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 따르면 중국에 등록된 생성형 AI 서비스는 이미 300여 개를 돌파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수립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까지 세계 주요 AI 혁신의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딥시크 쇼크와 중국 AI 기업들의 약진은 이런 국가 차원 AI 전략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