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치 밑돈 4분기 삼성전자 실적에 증권가 반응 ‘엇갈려’…“전망치 높아” vs “악재 선반영”
[더퍼블릭=김미희 기자]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공개됐지만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에서 증권가가 다시금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다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악재’가 이미 반영된 만큼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엇갈린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에서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 부정적 요인이 겹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5조원, 6조5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으로 10조원 안팎까지 예상했다가 최근 전망치를 7조원대까지 낮춰 잡았는데,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쳤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한해 DS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1조9천100억원으로 5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한 뒤 2분기 영업이익 6조4천500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반도체 수요가 인공지능(AI)으로 쏠리고 전통적인 IT 분야는 둔화하는 양극화 흐름을 맞으며 영업이익이 3조8천600억원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레거시(범용) 메모리의 경우 스마트폰, PC 등 전통적인 IT 분야의 수요 침체로 가격이 하락했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특히 AI 열풍에 고부가 제품인 HBM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높지만, 삼성전자 실적에서는 HBM의 기여도가 크지 않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당장 AI 열풍 합류를 위해서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를 납품해야 한다.
현재 실적 개선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HBM의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는 10개월 넘게 테스트 절차에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의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고(they have to engineer a new design),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목표 주가를 하향전망 했다. 9일 iM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추며 목표주가를 7만1천원에서 6만8천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36% 감소하는 21조원”이라며 “시장의 현재 컨센서스(전망치)는 아직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치 평균은 33조1천억원이다.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유통 재고 건전화 및 HBM3E 사업 본궤도 진입으로 인해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전망이며, 파운드리는 엑시노스 및 이미지센서(CIS) 가동률 상승에 따라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삼성전자는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됐지만, 하반기 이후 엔비디아 진입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