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도주 분산… 엔비디아 제친 서학개미들의 '원픽'은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했던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AI 유망주들이 부상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팰런티어와 브로드컴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차세대 AI 주도주 선점에 나섰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한 달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2, 3위에는 팰런티어와 브로드컴이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수액은 1조 2244억원으로, 같은 기간 순매수 1위를 기록한 테슬라(6억 7693만 달러, 9964억 원)를 크게 앞질렀다. 'AI 대장주'로 불리던 엔비디아는 이 기간 순매수 상위 50위권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팰런티어와 브로드컴의 현재 보관액은 각각 22억 9020만 달러, 17억 1788만 달러로, 테슬라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서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간 이들 종목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매수했는지 알 수 있다.
팰런티어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피터 틸이 설립한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방대한 양의 군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 수립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공급한다.
러-우 전쟁에서 팰런티어의 AI 프로그램을 장착한 드론이 정밀 타격에 성공하며 재래식 무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고, 방위산업에서 AI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팰런티어의 가치도 급등했다. 지난 1년간 시가 총액이 3배 이상 증가해 1835억 달러를 기록, 전통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을 넘어섰다.
팰런티어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도 거론된다. 피터 틸은 트럼프 2기 부통령 당선인인 JD 밴스의 멘토이자 그를 트럼프에게 부통령 후보로 직접 소개한 인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2기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가 정책 수행을 위한 핵심 도구로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효율부는 연방 정부의 예산 및 인력 감축과 관료주의 해체를 목표로 삼을 방침이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는 맞춤형 반도체(ASIC) 설계 기업이다.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고객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며 현재 구글, 메타 등과 협력하고 있다.
AI 기능이 탑재된 개별 디바이스로 실생활에 도움을 받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범용성이 강하지만 전력 소모가 많고 비싼 GPU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력 소모가 적은 맞춤형 칩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은 지난달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AI 부문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7년에는 600억~9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긍정적 전망에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달 13일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비디아,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