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트럼프 행정부, 의회 '친가상화폐' 인물 다수 포진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롭게 구성하는 내각과 의회가 ‘친가상화폐’ 인사들로 꾸려져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월 가상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또 "비트코인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가상화폐를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채굴해 미국에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친가상화폐‘로 눈에 띄는 인물은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선거자금 모금과 선거운동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그는 가상화폐 추종자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2021년 2월 당시 15억 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그해 4월 보유분의 10%를 처분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매입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5만7천달러대 안팎이었다.
또 2021년부터는 '도지코인 아버지'를 자처하며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띄웠다. 자신이 맡게 되는 정부효율부의 약자도 도지코인의 이름을 딴 'DOGE'라고 명명했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 정부의 예산 절감 및 규제 완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어서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 위주였던 현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미 상무장관 내정자인 러트닉도 가상화폐 전도사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인 러트닉은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 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가상화폐 업계의 모금행사를 주최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도 빼놓을 수 없는 가상화폐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 7월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가 가상화폐를 수용한 것에 대해 매우 흥분했다"며 "가상화폐는 자유에 관한 것이며 암호화폐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상원이 베센트를 인준하면 미국 종이 화폐 전면에 서명하는 인물(재무장관)이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업무와 직접 맞닿아 있는 증권거래위원장(SEC)도 친가상화폐 인물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치러진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도 ’친가상화폐‘ 의원이 약 300명 정도 당선됐다. 가상화폐 업계가 입법 의제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만든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과 가상화폐 업계가 이번 선거 기간 총 2억4천500만달러(약 3천427억원)를 모금해 친가상화폐 후보를 지원했다.
가상화폐 업계가 이번 선거에서 친가상화폐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중 하나인 슈퍼팩 페어쉐이크는 후원한 후보 56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 주요 의석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으로는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세러드 브라운(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승리한 무명에 가까운 사업가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인이다.
브라운 의원은 가상화폐 기업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주장해온 반면 모레노 후보는 가상화폐를 적극 지지해왔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미국에서 가장 친가상화폐 의회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화폐 정책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직책을 백악관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백악관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 가상화폐를 관할하는 다양한 기관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