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리밸런싱 기업에 뛰어든 행동주의 펀드들, ‘배경’ 관심…주주환원 재차 ‘압박’

2024-10-28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두산그룹과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본격회 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16일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털(Palliser Capital)이 SK하이닉스 최대 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했으며 주가 ‘밸류업’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팰리서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엘리엇 투자운용의 홍콩 부문장을 지낸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 설립한 헤지펀드다. 운용자금은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이며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에도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팰리서가 지난 2년간의 매수를 거쳐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팰리서는 SK스퀘어의 10대 주주 안에 포함되게 된다.

SK그룹의 투자 회사인 SK스퀘어의 시가총액은 85억 달러(약 11조6천억원) 규모인데, SK하이닉스 지분 2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억 달러(약 27조원) 수준으로 SK스퀘어 시총의 2배 이상이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36% 정도 상승한 상태다.

SK스퀘어 주가도 올해 들어 전날까지 64% 정도 오른 상태이지만, WSJ은 SK하이닉스 지분을 감안하면 SK스퀘어 주가가 디스카운트 되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가운데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털이 주주 환원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지난 18일에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5일 두산밥캣 지분을 일부 확보한 뒤 두산밥캣에 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서한에서 “배당 등 주주 환원율을 확대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최근 사업 구조 개편 추진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고 시도했다 주주 반대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철회했으며 21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를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정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을 앞서 제시한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여전히 소액주주들은 우량 기업인 두산밥캣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24일 얼라인은 “시가 비율에 따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즉시 공표해야 한다”며 재차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편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를 두고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할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한경협은 전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했다.